가끔 책을 사러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에 나가곤 한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서점이라고 자랑하는, 바로 그 서점이다. 실제로 나는 이십대의 많은 시간을 그 서점에서 보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 서울생활의 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데, 그 서점에 갈 때마다 조금 불안한 것이 있다. 입구마다 한 명씩 서 있는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다. 풍채 좋고 얼굴 표정 딱딱한 그 아저씨들은 사복을 입은 채, 출입하는 고객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살핀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아저씨들은 혹 있을지 모르는 책 도둑을 잡아내기 위해 거기 서 있는 것이라 했다. 쇼핑백 같은 곳에 책을 슬쩍 훔쳐 나오는 고객 등 뒤로 조용히 따라가 잠시 같이 가주시죠, 하고 말을 건네는 역할이란다.
그 말을 들은 뒤부턴 괜스레 그 아저씨들에게 더 자주 눈길이 갔다. 훔친 책도 없는데 무의식적으로 내 가방을 살펴보게 되고, 종종 그 아저씨들이 나를 오해해, 잠시 같이 가주시죠, 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하게 되었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나 자신을 자꾸 점검하게 만드는 아저씨들. 아저씨들이 사복을 입고 있어서 더 그랬다. 모두를 경찰로 만들고,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 그래서 각자의 정신마저 점검하게 만들어주는 것. 경찰국가의 이상은 서점에도 있었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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