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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신이 내린 몸매' 패션모델 장윤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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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신이 내린 몸매' 패션모델 장윤주가 궁금하다

입력
2007.02.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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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김태희가 휴대폰 광고에서 ‘부럽다…’며 한숨을 내쉰 인물, CJ몰 광고에서 스타카토처럼 현란한 걸음걸이로 스타일 퀸의 일상을 보여주는 인물, 누리꾼들이 ‘신이 내린 몸매’라고 평하는 인물. 국내 최정상급 패션모델 장윤주(27)씨다.

그녀가 패션계의 울타리를 넘어 작가, 여행가, 스타일 전도사, 싱어송라이터로 거침없는 자기복제를 진행중이다. 스스로 “표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그녀, 패션모델에서 전천후 아티스트로 비상을 시작한 장씨를 만났다.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윤주씨는 작고 여려 보였다. 패션쇼 무대에서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꿈이었나 싶을 만큼 실제의 그녀는 작다. 키 172cm에 주먹만한 얼굴, 일반 여성들 기준에도 작다 싶게 쪽 찢어진 눈. 패션모델의 전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그녀가 당대 최고의 모델이라는 것은 그러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1997년 당시 17세였던 장씨를 패션쇼에 데뷔시킨 디자이너 진태옥씨는 “한국의 케이트 모스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고, 지금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패션모델로, 케이블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 'I’m a Model' 진행자로, 12만 부가 팔린 <스타일북> 의 저자로, 싸이월드 재즈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한 싱글앨범 'FLY AWAY'의 가수로, 또 블랙홀처럼 시청자들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는 각종 CF 헤로인으로 종횡무진하며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감사하죠. 불과 5년 전만 해도 모델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프로페셔널 전문직으로 인정 받잖아요. 선배들이 패션 불모지에서 시작해 행동반경이 좁을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비해 저는 패션이 유망산업이 된 시대에 활동한 것이 큰 행운이었어요.”

모델에서 셀러브리티로

지난 연말에 열린 여성복브랜드 ‘구호’ 패션쇼. 피날레에서 디자이너 정구호씨는 이날 모델로 찬조출연한 탤런트 이승연과 더불어 장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디자이너가 모델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단순한 모델에서 유명인사로 변화된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몸이 일종의 권력이 되는 시대, 광고계가 아름다운 몸매와 카리스마를 갖춘 장씨에게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04년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브랜드 바디제품 ‘에스라이트’ 광고에서 브라 차림의 군더더기 없는 S라인을 그대로 노출, 관심을 집중시킨 그녀는 이후 국민은행, 신세계백화점, LG전자 사이언 휴대폰 등의 광고에 잇따라 캐스팅됐다. 지난해에는 CJ몰과 미닛메이드의 ‘스타일워터’ 광고에도 등장했다. 모두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장씨의 이미지에 기댄 광고들이다.

"유니 자살, 이해하겠다"- 악플에 상처

TV전파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패션계를 넘어서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했지만, 유명세도 톡톡히 치렀다. 지난해 이후 악플에 엄청 시달렸다. ‘신이 내린 몸매’라는 별칭에 대해 ‘몸은 신이 내렸지만 얼굴은 (신이) 그냥 지나갔네요’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제가 누드도 많이 찍었거든요. (그녀는 모델 중에서도 노출을 두려워하지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자이너든 사진작가든 창조자의 영감을 표현하기 위해 벗는 것은 모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화보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있는 일도 예사고, 여자로서 봐서는 안될 내용도 많고요. 무시하다가도 자꾸 그런 악플을 보게 되니까 정말 내가 그런 이상한 여자처럼 느껴지고, 위축되고…. 자살하는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신이 내린 몸', 싫을 때도 있다

장씨는 패션모델계에서도 몸매가 예쁘기로 첫 손에 꼽힌다. 작은 키이지만 23인치의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가슴을 갖췄다. S라인으로 말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럽다. 속옷업체 모델이며 에로영화 출연제의도 엄청나게 받았다. 그러나 모두 거절했다. 스스로 “에로배우 보다는 개그우먼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다 몸만으로 평가 받는 것이 싫다.

“훌륭한 몸을 받아 태어난 것은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지만, 몸 이외에 인간 장윤주로 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싶어요.”

결정적으로, 신이 내린 몸이 그녀에겐 핸디캡이기도 했다.

“언제나 단 한순간 만이라도 180cm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럼 정말 모델로서 존재감이 컸을 텐데…. 오히려 몽고인처럼 생긴 얼굴은 만족스러워요. 이 작은 키에 얼굴이 예뻤다면 모델치고는 너무 평범했겠다 싶거든요.”

말라야 한다는 강박증

경력 10년차, 고참 모델이지만 그녀에게도 최근의 ‘말라깽이 모델 논란’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마르고 싶은 욕구는 중독성이 강하다. “요즘 살이 쪄서 172cm에 50kg인데 47kg이 원래 제 몸매예요. 남들은 지금도 좋아 보인다고 하지만, 제 몸은 옷을 입을 때 마다 살 빼라고 소리치죠. 내가 왜 이럴까 싶기도 해요. 아무도 살 빼라고 강요하지 않는데 왜 자꾸 말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최근의 패션 트렌드가 갈수록 어리고, 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추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세계 패션계에서 활동하는 모델들의 나이는 평균 16, 17세. 아직 소녀 티가 가시지않은 미성숙한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말라야 한다는 것은 모델로서는 역설적이게도 생존의 문제다.

짚시, 전천후 예술가를 꿈꾼다

장씨는 스스로를 “짚시”라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한 달에 한 번 꼴로 해외로 다니며 살았어요. 오늘은 뉴욕, 내일은 아프리카 식이죠. 어떨 때는 짐을 싸고 또 푸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였는데, 그 모든 과정을 정말 즐긴 것 같아요.”

물론 절망의 기억도 많다. 1998년 세계적인 패션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의 눈에 들어 화보촬영 초청을 받았지만 비자발급이 지연되면서 차질을 빚고 그로 인해 오래 꿈꾸던 해외진출이 무산된 것은 그를 심각한 좌절에 빠뜨렸다. 패션계를 벗어나고픈 욕구에 대학에 진학해 영화연출을 공부하며 외도를 꿈꿨지만 패션은 그에겐 숨쉬는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여행길에서 틈틈이 쓰기 시작한 글은 이제 내공이 쌓여 지난해부터는 여행전문지 <바앤다이닝> 에 정기적으로 여행기를 기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찬송가부터 스탄게츠와 질베르토, 쳇베이커로 이어진 음악순례는 올 가을쯤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하는 보사노바 음반이 돼 나올 예정이다. 그는 자신을 더 잘 표현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유명세를 치르는 모델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저도 20대 후반 다른 여성들과 똑 같아요. 사랑 때문에 아프고, 혼자 뒤 처질까 애태우고, 미련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는 아티스트로서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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