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군 현대화 방안을 발표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7일 국가두마에서 올해 17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2015년까지 34대의 토폴-M 미사일과 이동식 발사체에 장착된 50기의 미사일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최근연도에 배치한 미사일은 연평균 4기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가 최근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신청한 미국과 새로운 군비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이바노프 장관의 이번 발표가 일차적으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는 그의 국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 수위가 그 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지난 주 폴란드와 체코에 MD 기지를 설치하는 이유가 이란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서라는 미국의 해명을 일축한 뒤 러시아는 더 효과적 무기 체계를 개발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현재 40기를 보유하고 있는 토폴-M 미사일은 MD를 무력화할 수 있고, 러시아의 핵 능력을 지키는 보루라는 극찬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9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재원 부족에 시달렸던 러시아군이 이처럼 대대적 무기 구입 계획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 머니 덕분이다. 이바노프 장관은 “경제 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군수품 조달에 있어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육군과 해군의 전투 준비태세는 소련 이후 최고 수준”이라면서 “남은 과제는 소련 시절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국방 예산은 2001년 2,140억루블(81억달러)이었지만 올해는 거의 4배인 8,210루블(310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국방 예산은 소련 붕괴 후 최대지만, 미국의 국방 예산에 비하면 아직도 20분의 1 수준이라고 AP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미국 정부도 노후 핵탄두 교체를 위한 ‘신뢰할 만한 대체핵탄두(RRW)’ 개발 계획 등 핵무장을 위한 예산을 의회에 요청, 양국이 군비경쟁을 다시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6일 논란을 빚어온 RRW 개발 및 양산 계획과 관련, 2008년 말까지 의회의 승인을 받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신형 핵탄두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7일 보도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신형 핵탄두 배치를 결정할 경우 의회 및 미국 동맹국과 적대국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 핵 저지를 위해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자국 핵무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위선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론도 있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는 RRW의 개발ㆍ배치를 2030년 이전으로 앞당기고, 노후 우라늄 핵탄두 6,000여기를 1,700∼2,200기의 신형 핵탄두로 교체하는 ‘콤플렉스 2030’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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