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6개월간 쉴 수도 있다.”
베어벡호의 새해 첫 축포를 터트린 ‘프리킥의 달인’ 이천수(26ㆍ울산)가 해외 이적과 관련, 소속 구단에 폭탄 발언을 쏟아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천수는 8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유럽 진출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구단이 문서상으로 유럽 진출에 협조한다는 약속을 해야 소속팀에 복귀하겠다”며 소속팀 울산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취재진이 ‘구단의 확답이 없으면 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이천수는 “그렇다면 (7월 이적시장이 열릴 때까지) 남은 6개월을 쉴 수도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천수는 지난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위건 어슬레틱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울산과 위건이 협상 막판 조율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울산 구단측은 “위건이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지만 잉글랜드 현지 언론은 “울산이 먼저 협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천수는 이적 불발의 책임이 위건이 아닌 울산 쪽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천수는 이적 협상이 결렬된 진짜 이유가 무언가란 질문에 “위건이 제시한 조건을 나는 받아들였다”고 짧게 답했다. 위건이 제시한 조건인 ‘4개월 임대 뒤 이적’에 대해 이천수 본인은 전혀 거부감이 없었지만 울산측이 거절했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들어 있는 것.
따라서 이천수의 다소 도발적인 입국 인터뷰는 이적을 무산시킨 울산측에 섭섭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천수는 “7월 유럽행을 구단에 강력히 얘기할 것이다. 정몽준 회장님도 유럽행을 도와주라고 구단에 얘기한 것으로 들었다. 한번 만나 뵙고 싶다”며 재차 빅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산의 김형룡 부단장은 “이적 과정에서 구단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대화로 푸는 것이 급선무”라면서도 “그렇지만 팀 훈련에 복귀 안하겠다는 얘기는 프로 선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이야기”라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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