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아들 3형제가 경영수업을 사실상 마무리 짓고, 일제히 경영전면에 포진했다. 효성의 경영권 승계가 이처럼 속도를 냄에 따라, 조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효성은 8일 전문 경영인인 이상운 그룹 총괄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하고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부사장을 사장 ▦2남 조현문 전무를 부사장 ▦3남 조현상 상무를 전무로 각각 한 계단씩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미국 예일대 출신의 조현준(39) 사장은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미국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했으며, 1997년 효성에 전략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뒤 이사→전무→부사장을 거쳤으며 무역PG(사업부문)장을 맡아 신규사업 발굴과 무역 매출확대를 이끌어왔다.
조현문(38) 부사장은 서울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마쳤으며, 미국내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도 갖고 있다. 99년 효성에 입사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중공업부문을 맡아 장기비전 수립과 함께 중국 남통우방변압기 회사를 인수하는 등 해외진출을 주도해왔다.
막내 조현상(36) 전무는 미국 브라운대 출신으로 일본 마루베니상사와 NTT도코모, 미국의 컨설팅사인 베인&컴퍼니 등을 거쳐 2001년 효성에 입사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엔 미국 굿이어와 32억 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계약을 성사시키는 '잭팟'을 터뜨렸고, 굿이어의 해외생산공장 4곳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를 주도해왔다.
조 전무는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와 함께,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2007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효성측은 3형제 동반승진과 관련, "경영실적이 좋았고 승진연한도 채운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장-부사장-전무로의 연쇄승진은 효성이 '조석래 체제'에서 점차 이들 3형제의 '3세 경영 체제'로 승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한편 이번 인사를 계기로 '조석래 전경련 회장'카드는 성사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게 됐다. 한 재계 소식통은 "그룹 업무를 총괄하던 이상운 사장을 부회장으로 끌어올리고 세 아들들도 경영일선에 전면 배치함으로써 조 회장은 그룹의 일상업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전경련 회장을 맡을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경련 부회장단 가운데 최연장자이기도 한 조 회장은 재계에서 명예롭게 추대만 해준다면 회장직을 맡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강신호 회장의 3연임 포기로 주인을 찾지 못한 차기 전경련 회장 자리는 조 회장쪽에 점점 더 기우는 분위기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