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만에 재개되는 6자회담을 두고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진전된 합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북금융제재 우선 해결을 내세운 북한의 핵 폐기 논의 거부로 공전됐던 지난해 12월 6자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은 핵 동결과 중유 제공 등 핵 폐기 초기조치와 보상(상응조치)문제에 대한 6자 당사국들의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실질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셈법이 다른 북한과 한국 미국 등 5자 당사국 간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핵 폐기 초기조치와 상응 조치의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는 아직 현격하다.
지난달 북미, 남북회동 등 사전접촉으로 시각차를 어느 정도 좁혔다고는 하나 합의의 길은 여전히 멀다는 얘기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대북전문가를 평양으로 초청해 영변 원자로의 가동중단과 재처리시설 폐쇄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핵 폐기를 위해서는 경수로가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중유 등 에너지 지원을 전제로 한 핵 동결 상태를 길게 늘여 핵 폐기 시점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다. 경수로 완공까지는 90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미국은 초기조치가 핵 동결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미국은 우선 원자로에 대한 접근과 보수가 가능한 핵 동결(Freeze) 대신, 재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봉쇄하는 폐쇄(Shut down)를 요구할 방침이다.
나아가 원자로의 핵심부품을 제거하는 불능(Disablement)화까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크다. 초기조치에 많은 요구(Element)를 담을 경우 합의가 한층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핵 시설 폐쇄 후 조속한 폐기절차 합의를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 동결 기간을 수개월로 줄이겠다는 취지로 7년 간의 핵 동결 후 원자로 재가동으로 파기된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에너지 지원문제가 결부돼 있다. 당초 “핵 동결에 대한 현물보상은 없다”고 했던 미국이 “중유 등 에너지 지원 논의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꾼 것도 에너지 지원이 제한적, 한시적이라는 데 있다.
결국 이번 회담은 핵 동결 기간과 에너지 공급량ㆍ기간을 놓고 북미 간 전선이 형성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절충이 핵 폐기 초기이행 합의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론 북한은 초기조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또 금융제재 해결을 들고 나와 회담을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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