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에서 비밀경찰로 활동하다 종족차별과 박해 등을 이유로 한국에 입국, 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한 외국인의 난민신청이 거부됐다.
A씨는 197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비밀경찰학교에 들어가 범죄학을 공부했다. A씨는 98년 국가정보기관 소속의 비밀경찰로 채용됐고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나들며 정보 요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우즈벡 내 소수 종족인 타지크계였던 A씨는 승진 등의 차별을 받았고 급기야 2002년 2월 미국관광비자를 신청했다가 체포됐다. 2001년 9ㆍ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아프간 정세 등의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혐의였다는 게 A씨측의 설명이다. 그는 이후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됐다고 한다.
2002년 8월 한국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A씨는 가구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월 80만~130만원을 받으며 일을 했다. 이듬 해에는 러시아 여성과 결혼을 했고, 2004년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법무부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안철상)는 7일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종, 종교 등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본국을 떠날 당시 별 어려움 없이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는 등의 정황을 볼 때 A씨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우즈벡에 남아 있는 A씨 가족들이 별다른 탄압을 받지 않고 있고 입국 후 2년이 지나 난민신청을 한 것을 보면 체류기간을 연장해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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