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후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만 8,4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1,360.23에서 1,424.46으로 무려 60포인트 이상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 외에는 국내 증시의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음을 들어 주가지수 추가 상승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당분간 외국인이 국내증시 수급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의 매매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외국인 매수가 가장 두드러진 업종은 은행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이다. 이는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중국 증시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교체매매 대상으로 저평가된 국내 은행주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은행 등 금융주는 최근 단기간의 주가급등으로 가격 이점은 다소 줄었지만 안정적인 이익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실적개선 전망이 밝아 당분간 상대적 매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주와 비슷한 이유로 철강업종도 중국 증시 조정에 따른 ‘시소효과’가 기대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선엽 연구원은 “중국 우한철강과 바오산철강의 주가수익률(PER)이 각각 14배, 12배 수주인데 비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6~8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정부가 철강 수출에 대한 기존의 부가가치세 환급액을 크게 줄이기로 함에 따라 국내 철강주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불투명한 업황 전망으로 인해 그간 하락 폭이 컸던 전기전자 업종도 관심을 둘 만하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연구원은 “은행주를 집중 매수해온 외국인이 최근 들어 하이닉스 LG전자 LG필립스LCD 등 대형기술주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며 “옵션만기일(8일) 이후에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적은 데다, 외국인들이 정보기술(IT) 경기가 당초 전망보다 일찍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현재와 같은 강도로 꾸준히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우증권 이건웅 연구원은 “실적개선 전망이 밝거나 단기 급락으로 저가 매력이 있는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뚜렷한 증시 상승 유인이 없는 까닭에 외국인 매수세가 장기간 이어지거나 전 업종으로 확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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