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과 영국군이 군사작전에 대한 이견을 노출하며 대 테러전에서 혈맹관계를 과시하던 미국과 영국 사이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6일 영국군 고위 장성을 인용,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의 군사전략을 무시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등 전장에서 양국간의 이견차가 어느 때 보다 크다고 보도했다.
양국간의 균열조짐이 표면화한 것은 최근 미군 주도로 진행된‘마운틴 스러스트(Mountain Thrust) 작전’. 당초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역주민을 포섭하는 재건사업에 힘을 기울였지만, 미국은 탈레반 세력 섬멸을 위한 ‘마운틴 스러스트 작전’을 강요하면서 영국군이 할 수 없이 작전에 참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작전지역인 헬만드 지역은 영국군 관할이었지만 미군 주도로 작전이 진행돼 영국군의 불만이 컸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연합군 지휘권의 변화도 양국간 전략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미군으로부터 작전권을 이양받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데이비드 리처드 중장은 탈레반과 적절한 평화협상을 진행하며 온건하게 일을 처리해왔지만, 그의 후임으로 지휘권을 잡은 미군의 댄 네일 대장은 탈레반에 대한 강경한 군사 행동을 선호하고 있다. AP 통신은 4성 장군인 댄 네일의 부임은 아프가니스탄내 군사 전략이 미군 주도의 강경 정책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 당시 오발사고에 대한 책임을 놓고 양국 사이는 더 멀어졌다. 2003년 3월 미군 폭격기가 이라크 바스라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던 영국군 정찰 차량을 폭격해 영국군 1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친 사건에 대해 영국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5일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신문인 선지가 당시 사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영국 내에서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양국이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새 이라크 정책을 발표하면서 2만여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추가 파병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이라크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부시의 푸들’로 불리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영국군 상황은 미군과 다르다”고 말하며 영국군이 예정대로 올해 내로 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라크 전쟁 이후 영국군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군내에서도 이라크에서의 철군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빼면서 유럽 국가들도 ‘철군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돼 미국이 ‘나 홀로’ 테러와의 전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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