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권의 경제성장률이 대선 국면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생각이 다르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위주 경제 정책을 내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집권 시 평균 6~7%의 고성장을 공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7일 ‘7% 성장’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친 한나라당 성향인 나라정책연구원은 ‘6% 성장론’을 제시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5%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는 논리여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주자들의 고성장론은 아직은 밑그림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일 경제 정책 공약의 키워드로 7% 성장을 제시했다.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현재 5%를 밑도는 성장 잠재력에 2% 포인트를 보태 7% 수준으로 높이면 된다”며 “국가기강 바로 잡기와 과감한 규제완화, 외교ㆍ안보 역량 강화만 이뤄져도 2% 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2%는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모으는 지도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7% 성장론이다. 500조원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키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특히 불법 노사문화 근절,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국제 과학비즈니스 도시 조성 등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면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3월까지 경제 구상을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손 전 지사는 6.4%를 제시한다. 자신의 ‘광개토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면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경제정책 공약을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성실하게 짜도 실현 가능한 경제성장률이 6.4%밖에 안 되더라”면서 “6%와 7% 중 사람들은 7%에 혹하겠지만 나는 8% 성장 같은 약속을 할 줄 모르며 이런 내가 정치인으로선 바보일지도 모르나 국민이 그런 손학규를 인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최근 “아무리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도 경제성장률을 5% 이상 갖고 가기는 어렵다”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몇 퍼센트의 성장률을 공약으로 제시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들이 향후 5~10년간 성장률을 4~5%로 전망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전2030 민간 작업단’의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부터 2010년까지 4.9%에 이른 뒤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연구소쪽 입장은 신중하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7%씩 5년 동안 성장한다면 5년 안에 소득이 45% 늘어난다는 이야기”라며 “획기적인 경제이론을 들고 나오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정문근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지난 2~3년간 수출이 초호황이었는데도 평균 4% 성장에 머물렀다”며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