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새해 첫 승전보가 바다 건너 영국 땅에서 날아왔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심장부인 수도 런던에서 ‘유럽 대륙 챔피언’을 꺾은 의미 있는 승리였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7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레이븐 카티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위의 강호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단순한 일회성 평가전이 축구의 중심지인 유럽 대륙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 축구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멕시코를 5-3으로 꺾은 이후 59년 만에 영국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베어벡호는 2004년 유럽선수권 우승국인 그리스를 침몰시키면서 그 동안의 침체를 훌훌 털고 오는 7월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에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베어벡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레딩) 이영표(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EPL) 3인방’을 풀가동하며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국인 그리스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설기현과 박지성을 좌우 날개로 놓고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전술상의 변화도 시도했다. 결과는 대만족. 박지성-설기현-이천수는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그리스 수비진을 흔들었고 결승골 역시 박지성의 돌파로 얻어낸 프리킥을 이천수가 통쾌하게 성공시켰다. 지난 해 6월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 뽑아낸 골과 판에 박은 듯 닮은 꼴.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이천수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는 베어벡호의 가장 확실한 득점 공식으로 떠올랐다.
베어벡 감독은 경기 뒤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 거친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물러서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 런던이라는 축구역사와 관련이 깊은 곳에서 승리해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베어벡호는 새해 첫 원정 A매치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기며 오는 7월 아시안컵 본선 출전을 앞두고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베어벡호는 오는 3월24일로 예정된 A매치에서 남미의 강호를 홈으로 불러들여 다시 한번 국제 경쟁력을 시험 받는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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