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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대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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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대다모

입력
2007.02.0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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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탓인지, 유전 탓인지, 그도 아니면 스트레스 탓인지,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빠지고 있다. 남자들 머리카락이 빠지는 이유는 대부분 호르몬 탓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야한 생각도 하지 않고, 야한 영화도 보지 않고, 야한 소설책도 읽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머리카락은 계속 빠지고 또 빠진다. 서양 남자들은 대머리에 대해 무신경하다고 하는데(축구선수인 지네딘 지단이나 루니를 봐라), 우리 사회는 그렇지가 않다.

대머리 때문에 장가도 못 가고, 취업도 못했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는 반증이다(대머리 총각들이 헤어스타일에 쏟는 정성으로 공부를 했다면 스티븐 호킹 같은 박사들이 여럿 나왔을 것이다).

소심한 나 또한 덜컥 겁을 먹고, 인터넷에서 탈모 정보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았더니, 바로 저 위 제목 '대다모' 홈페이지가 나왔다. 대다모, 즉 '대머리 다 모여라'라는 뜻이다.

이름마저 안쓰러운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런저런 게시판을 살펴봤더니, 아아, 거기엔 전국 수많은 청년 대머리들의 울분과 설움(괜스레 마빡이 욕을 하며)이 토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 틈을 타서 '오늘밤, 오빠를 기다려요'라는 음란광고들도 올라와 있었다. 대머리들을 두 번 죽이는, 야한 호르몬 광고.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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