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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탕주의 정치행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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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탕주의 정치행태 바꿔야 한다

입력
2007.02.0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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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23명이 마침내 탈당했다. 열린우리당이 생긴 지 불과 3년여 만에 집권여당 의원이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민주화 20년을 맞는 해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이지 이러다 정당정치가 실종되는 게 아닌가 싶다.

● 무책임한 배신, 정당의 이합집산

대의민주주의의 성패는 국민의사를 수렴하여 정책을 내놓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정당정치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는 열심히 선거법, 정당법 등 정치관계법을 고쳐가면서 좋은 정당정치, 의회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습관처럼 반복되는 정당의 이합집산, '대통령 정당'의 창당, 그리고 탈당과 영입의 논란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한편에서는 본질적인 통치구조의 개혁 없이는 이러한 악습을 막기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필자는 먼저 이렇게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정당정치가 온전히 제도만의 탓인지 묻고 싶다.

수년 간 우리는 더 나은 제도의 개선을 통해 발전된 정당정치를 기대해왔다. 마치 사회초년생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또 부모가 더 나은 집을 구하고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조건의 직장이라 하더라도, 또 아주 좋은 입지조건을 가진 집, 유명한 학교라 하더라도 그것이 행복과 성취를 가져다주는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좋다 하는 제도 개혁을 하더라도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 한 정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탈당을 선언하면서 의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주도 하에 이념이나 정책 선호, 정치적 소신에 관계없이 다수의 신진세력을 영입하여 허겁지겁 급조된 정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정당이라는 후광,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진 탄핵 사태에 힘입어 졸지에 선거에서 승리하여 원내 제 1당의 지위를 얻어냈다. 그러더니 이제 국민들이 그들의 실정(失政)을 질책하자 "기득권을 포기한다"며 정당을 뛰쳐나간다. 그간 여당에서 누린 것은 기득권이 아니고, 지금 궁지에 몰린 정당에서 나와 살 길을 찾는 것은 사죄라는 이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사당에서 때로는 눈물까지 보여가며 국민들에게 그게 아니라고 믿어달라고 그토록 호소하더니. 그간 다수당으로서 밀어붙였던 4대 개혁입법을 포함한 국정 운영의 결과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책임이 실종된 대의정치는 한탕주의일 수밖에 없다. 우리 유권자들은 의원을 뽑아줄 때 후보자의 자질도 평가하지만 그가 속한 정당도 고려하고 투표한다.

이번 탈당 사태는 그들을 믿고 정책결정을 위임해준 유권자들에 대한 무책임한 배신이며, 권력에 편승하는 한탕주의식 후진적 정치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개인적인 고민과 내부 갈등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정치의 결과는 불특정 다수에게 미치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며, 그 무엇보다 책임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감독해야

아무리 좋은 축구장이 있어도 좋은 선수와 감독이 있어야 좋은 경기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이제 정당정치도 제도를 넘어서 선수와 감독이 변화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탈당 의원들은 대통령 탓, 제도 탓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그간의 실정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마땅히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 또 유권자들은 선수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감독이 되어야 한다.

무책임한 정당, 규칙을 어기는 정치인에 대해 의미있는 응대를 통해 정치의 질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당장 연말 대선에서부터 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잘 판단하여 투표하는 현명한 감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곽진영ㆍ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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