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다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7일 대한민국 ‘아름다운 청소년’에 뽑힌 신재영(17ㆍ경기 시흥시 함현고 2년)양. 어디가 아름다워 뽑힌 것 같냐는 물음에 “세상을 보는 긍정적인 눈인 것 같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는 국가청소년위원회와 홀트아동복지회가 꿈, 희망, 도전 정신을 기준으로 본인 또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2007 아름다운 청소년’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소녀의 넉넉한 미소 뒤에 가려진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신양의 다섯 식구는 택시 운전을 하던 아버지의 수입으로 근근히 생활했다. 풍족하진 않았어도 정(情)이 넘치는 평범한 가정이었다.
2002년 아버지의 교통사고는 가족의 삶을 180도 뒤바꿔 놓았다. 피해자가 사망하면서 아버지의 수감 생활이 시작됐다. 보험금은 합의금으로 고스란히 들어갔고 어머니가 생계를 떠맡아야 했다. 하지만 일감이라곤 고작해야 한 달에 80만원짜리가 전부. 언니 재윤(21)씨까지 학교를 마치고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어야 했다. 신양은 “웃음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는 집에 들어가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6개월 뒤 보석으로 풀려난 아버지가 대리운전, 택배 용역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재기에 힘썼다. 조금씩 생활도 안정궤도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불행의 그림자는 이번에도 비껴가지 않았다.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생긴 아버지는 그날로 수술실로 실려갔다.
살고 있던 19평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지만 수천만원의 수술비를 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입원비는 가족을 35만원짜리 원룸으로 내몰았다.
“수업료, 급식비가 밀리면서 학교 가는 것조차 두려워졌어요. ‘왜 우리만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되나’생각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죠.” 거듭된 시련은 사춘기 소녀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그런데 뜬 눈으로 밤을 지새도 달라지는 건 없더란다. “주변을 둘러보니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웃으면서 살더라고요. 마음을 고쳐먹기로 다짐했죠.” 긍정적인 사고의 힘은 놀라웠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것은 물론이고 성적도 쑥쑥 올라 전교 1, 2등을 다툴 정도가 됐다.
신양의 장래 희망은 선생님.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삶의 기쁨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야단도 치는 엄마 같은 선생님,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신양 외에 함께 선정된 아름다운 청소년 10명에게는 100만원의 장학금과 국제 교류학생 프로그램, 어학연수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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