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베이징에서 시작하는 북핵 6자회담은 어느 때보다 타협적 분위기에서 열리는 점이 두드러진다. 북한 핵실험으로 되돌릴 수 없이 파탄에 처한 듯하던 북핵 협상이 어렵사리 복원된 것만도 반가운 터에, 막연하나마 큰 진전이 기대된다니 어리둥절할 정도다.
물론 앞으로도 지루한 다툼이 불가피하겠지만, 한반도 정세 안정을 바라는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기대를 높인 만큼 뚜렷한 진전을 이뤄야 할 책임이 크다는 것을 협상 당사국 모두가 인식하기 바란다.
이번 회담에 기대가 큰 것은 '전쟁 불사' 의지마저 내비치던 북ㆍ미 양쪽이 불안하게 지켜보던 주변 당사국 여론이 놀랄 만치 적극적 협상으로 돌아선 때문이다.
우리와 중국의 중재노력이 있었지만, 북ㆍ미가 베를린 회동 등을 통해 직접 타협의 틀에 합의한 것은 괄목할 만 하다. 특히 9ㆍ19 공동성명과 제네바 합의 수준을 넘는 협상 목표를 거론하는 것은 대단한 변화다.
이런 외형에 충실하게 회담을 전망한다면, 관건은 북한 핵 시설 동결과 사찰 수용을 금융제재 완화 및 에너지 지원과 맞바꾸는 타협조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합의, 문서화하는가에 있다.
양쪽 모두 이른바 초기이행 조치에 합의할 뜻을 과시하고 있으나, 막상 세부적으로는 언제든 손을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요구조건을 슬며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태다.
북한이 경수로 지원을 새삼 거론한 것이나, 미국 쪽에서 핵 시설 동결은 단순한 가동 중단이 아니라 영구 폐기를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것만으로도 협상에 대한 높은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엇갈린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조금씩 주고 받는 타협이 긴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를 오래도록 괴롭힌 북핵 문제는 이미 그 본질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우리와 국제사회의 문제 인식이 한층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북ㆍ미의 태도 변화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볼 만하다. 북한에 대한 상투적 훈계보다 당사국 모두의 책임을 일깨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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