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뒤엔 사그러들 줄 알았다. 서늘해지면 좋아질 줄 알았다. 겨울이면 끝나겠지 했다. 하지만 결국 해를 넘겨 초 봄까지 간다. MBC <주몽> 과 대적한 드라마 제작진들은 <주몽> 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주몽> 주몽>
지난해 5월 15일 시청률 16.3%(TNS미디어코리아)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주몽> 은 타 방송사에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전 장르에 걸쳐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MBC에는 주몽(송일국)만큼이나 믿음직한 ‘영웅’이었다. 때론 부실한 완성도 탓에, 때론 연장 방영 갈등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았지만 막판까지 평균 시청률 40%를 유지하고 있는 <주몽> 의 다사다난했던 궤적을, 한때 팬이었으나 이제는 ‘애증’이 뒤섞인 고정 시청자가 된 기자가 풀어봤다. 주몽> 주몽>
● 블록버스터 사극의 서막(1~12회)
시작은 좋았다. 아니, 완벽했다. 해모수(허준호)와 유화(오연수)의 사랑은 애절했고, 실명한 채 단신으로 대소(김승수)의 군사와 맞서 싸우던 해모수의 카리스마는 압권이었다.
또 방영 초반의 대규모 전투 장면은 ‘블록버스터 사극’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시청률도 가파르게 상승해 방송 3회만에 인기 드라마의 기준인 20%를 돌파했고, 해모수의 죽음 당시에는 36.4%를 기록했다. 하지만 어찌 알았으랴. 그 화려하던 블록버스터 사극이 얼마 뒤 ‘시트콤 사극’이자 ‘납치 사극’이 될 줄을. <주몽> 의 실질적인 전성기는 이 때였다. 주몽>
● 고구려판 장금? 롤 플레잉 사극(13~19회)
MBC <대장금> 의 요리 경합을 연장시키는 주몽과 대소의 태자 경합이 등장했다. 주몽이 태자경합을 위해 무술을 익히고, 소금을 찾으러 고산국으로 떠나 난제를 해결하는 등 액션과 경제를 결합한 ‘롤 플레잉 게임’ 같은 재미를 주면서 16회에는 시청률 40%를 넘겼다. 어느새 코믹 캐릭터가 된 영포(원기준)의 연기도 물이 올랐다. 대장금>
그러나, 소서노(한혜진)가 붙잡힌 주몽을 대신해 산적과 협상하는 과정을 구체적 설명 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는 등 부실한 내용 전개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주몽> 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주몽>
● 병정놀이로 때운 시트콤 사극(20~39회)
“고구려는 언제 세워?”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몽은 다물군을 부활시키겠다며 부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지루한 스토리가 이어졌고, 한나라와 부여의 전투 장면을 불과 20~30명으로 촬영해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정운현 MBC 드라마 국장이 “제작 시간 때문에 전투 장면을 원하는대로 못 찍었다”고 해명한 것은 말 그대로 <주몽> 의 ‘굴욕’. 이에 비하면 전쟁 중 주몽의 실종 사실을 주변 캐릭터들의 말로만 때운 것은 ‘애교’였다. 시청률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해모수의 활약으로 잔뜩 부풀려놓은 ‘블록버스터 사극’에 대한 기대는 일장춘몽처럼 사라지고, ‘시트콤 사극’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시기였다. 주몽>
● 신개념 납치 사극의 등장(40~60회)
예소야(송지효), 소서노, 모팔모(이계인) 등의 납치와 구출이 되풀이되면서 ‘납치사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MBC의 연장방영 추진에 송일국 등이 반발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덕분에 비금선 신녀(송옥숙)와 세 가지 신물 등 예정에 없던 캐릭터와 설정이 등장, 마치 연장전을 노리는 축구팀처럼 시간끌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와(전광렬)의 부상을 틈 타 실질적인 부여의 왕이 된 대소의 폭정과 금와의 복권 등 굵직한 사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꾸준히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최완규, 정형수 작가의 필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 정으로 보는 연장사극, 50% 돌파!(61회~현재)
연장방영 수락 조건으로 작품 완성도 향상과 제작진 처우 개선을 내세운 송일국의 요구가 통한 것일까. KBS <해신> 의 정진옥 작가가 가세하면서 주몽이 드디어 고구려 건국에 박차를 가하고, 주요 등장인물의 운명이 급변하는 등 빠른 전개로 과거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신>
지난달 30일 71회에서 드디어 시청률 50%로 기록을 갱신했다. 지금 <주몽> 의 시청자들은 이런 심정이 아닐까. “지난 9개월을 참고 지켜본 것이 아까워서”, 혹은 “그 놈의 정 때문에” 기어이 ‘끝’을 봐야겠다고. 그런데, 또 <주몽2> 격인 <유리> 나 <소서노> 를 만들면 어쩌지? 소서노> 유리> 주몽2> 주몽>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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