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국내에서 저출산ㆍ고령화로 2010년경에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리라 전망한다. 이에 따라 신규 근로자의 노동시장 입직연령을 2년 더 빨리 하고 퇴직연령은 5년 정도 늦추어서 7년까지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려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 학제 개편, 실업계고 교육 활성화로 취직연령을 낮추며,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고령자에게 유리한 연금체계를 통해 퇴직연령의 연장을 유도하기로 했다.
우선 최근 정치권에서 현 정권의 공과에 대한 알맹이없는 논쟁이 반복되던 상황에서 소위 '민생을 챙기는' 정책이 제시되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특히 현재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인력난에 대비해 국방, 교육, 기업의 인력정책 및 연금의 여러 분야에서 정책의 입체적이며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정책들이 의도한 성과를 내려면 좀더 면밀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2010년경에 현재의 취업난이 인력난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은 그 시기도 논란일 뿐만 아니라 직종이나 근로자 그룹별 다양성을 간과하고 있다.
군복무 단축의 경우 유급지원병을 늘리는 정책을 병행하는데 이 모두 필요한 재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제 개편도 현재의 학제가 경직적이긴 하지만 새 학제도 국내의 독특한 교육관행ㆍ환경과 잘 부합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번 정책의 실효성이 더욱 염려되는 부분은 실업계고 교육 활성화이다. 이는 고교에서 현장적응력이 높은 근로자를 양성하는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실업계 교육이 활성화된 때는 경제개발기였던 1970년대와 80년대였다.
이 시기 중화학공업의 산업화를 위해 기업에서 숙련인력 확보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제조업체 취업을 선호하는 근로자의 높은 근로의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전통 제조업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산업이나 첨단 제조 및 지식서비스업 등으로 옮겨갔다. 이 인력들이 전통적인 실업계 교육을 통해 양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실업계고와 유사한 직업교육이 잘 되고 있는 독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또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대학에 진학하며 제조업 취업을 기피하는 근로태도가 만연해 있다. 결국 정부 정책은 실업계고 교육의 활성화를 제약하는 환경적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어떻게 기업의 정년 연장이나 선택적 시간근로제 및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유도해 퇴직연령을 늦출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각종 의학기술의 발달로 늘어나는 노년층 인구에 대해 퇴직연령을 늦추어 좀더 오랫동안 생계수단을 확보하도록 하는 변화는 바람직하다.
이런 퇴직연장형 고용관행의 변화가 왜 절실한지에 대해 정부는 나름대로의 일관된 철학을 확립해야 한다. 이런 원칙 하에 정부는 공공부문의 사용자로서 이런 고용관행을 정착시켜 민간부문에 확산시키는 '모범적인 사용자상'을 보여야 한다.
또 기업들과 무릎을 맞대고 이런 고용관행의 변화가 인력난 해소나 노년층 빈곤 해소 및 사회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가에 대해 기업들을 설득시키고 동의를 구하는 '사회적 합의'가 시도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책은 국내의 환경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관련된 경제주체인 국민과 기업의 이해와 동의 및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조정된 후 집행되어야 한다.
정주연ㆍ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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