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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4집 “멋지게 추락할까 했는데… 요즘 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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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4집 “멋지게 추락할까 했는데… 요즘 뜨네요”

입력
2007.02.08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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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한테 그랬어요. 저희 이거 내고 멋지게 추락할 거라고.”

래퍼 타블로와 미쓰라 진, DJ 투컷으로 구성된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4집 앨범 은 ‘문제작’이다. 디지털 싱글이 ‘대세’인 마당에 두 장의 CD에 27곡을 담아 발표한 것도 놀랍지만, 그 내용물은 더욱 충격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경쾌한 클럽 힙합 리듬 대신 언더그라운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무겁고 어두운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가사는 사회 비판과 개인의 내면적 고민들로 채워졌다. <희생양> 은 “전능하시다는 그 말도 다 거짓말인가요? 울부짖는 자의 구원도 다 거짓말인가요?”라며 절망적인 사회상을 종교적 관점에서 표현했고, <실어증> 은 “영혼을 시(랩)로 담아내던 난 어디로 갔나?”라며 래퍼로서의 내적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타이틀곡 도 달콤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사랑의 이면에 있는 집착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을 억지로 부정하기보다 똑바로 쳐다보면서 고치든지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지난 앨범의 와 등의 연이은 히트로 가장 인기 있는 힙합그룹이 된 그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예상 밖의 카운터 펀치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대중적인 ‘추락’을 각오했지만 결과는 음악만큼이나 예상 밖이다. 공허하고 천편일률적인 사랑 노래만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 앨범은 대중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고, 발매 1주만에 6만장이 팔리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사람들이 이젠 완성도 이전에 음악을 한다는 성의가 느껴지는 음악, 진심이 담겨진 음악을 찾게 된 것 같아요.”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에서 출발해 스타가 되고, 사회 비판적인 음악을 하면서도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들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에 “그렇게 돈을 벌고 싶었을까? 뭐, 음악은 나쁘지 않은데, 방송과 학벌 때문에 뜬 거 아닌가?”라는 실제 악성 리플을 그대로 옮기고 “난 니가 누군지도 몰라“라고 응수하는 를 수록했다.

의 무대에는 랩그룹이 댄서들처럼 춤을 춘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귀로 듣지만 어떤 사람은 눈으로 듣다가 귀로 들어요. 저희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무대 위에서 가장 충실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에요. 그걸 통해서 많은 분들이 힙합을 좋아하게 되면 기쁘죠.”

인기를 얻으면 ‘변절’부터 이야기하는 일부 마니아들의 태도에도 일침을 놓는다.

“언제부턴가 음악인이 ‘스타’가 되면 음악을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더라구요. 하지만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는 음악을 잘해서 스타가 됐잖아요. 지금의 상황을 바꾸려면 음악 팬들이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성과 실험성 양쪽을 잡는 데 성공한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이 파격적인 앨범일수록 호응을 얻었던 1990년대의 대중음악 황금기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대중음악계에서 에픽하이의 지도 다시 그리기(Remapping)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enj@hk.co.kr사진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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