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를 인간적으로 배려하면서도 필요한 진술을 받아낼 수 있는 수사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거짓 진술 강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백모 검사는 2005년 8월 대검찰청 내부 소식지 ‘검찰가족’에 ‘판사가 본 검찰’을 기고했다. 6년 동안의 판사 생활을 접고 검사로 옮긴 직후 느낀 검찰의 조직 문화 등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글이다.
백 검사는 이 글에서 “종종 검찰 직원이 피의자를 윽박지르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나 또한 시간이 흐르면 그런 모습으로 피의자를 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무리하게 자백을 받아봐야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 능력을 인정 받기 힘든 현실”이라며 “피의자가 ‘인간적으로는 훌륭한 대접을 받았다’고 칭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 셈이다.
백 검사는 사법연수원 25기로 99년 청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 법조 일원화 정책이 시행되자 검사를 자원했다. 이 탓에 검찰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검사 교육을 받지 못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지적을, 법원 일각에서는 “검사가 되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눈총을 동시에 받고 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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