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나타나는 경기는 괜찮은데 왜 서민생활은 날로 궁핍해지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자료가 하나 나왔다.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5.1%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조세부담은 14.1%가 늘어났다.
지난 4년간을 돌아보아도 마찬가지다. 가계의 총소득은 16%가 늘었지만, 세금과 공적 연금, 대출이자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두 배가 넘는 34.5%였다.
또 전국 가구의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격차는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쥐꼬리만큼 늘어나는 소득에 비해 지출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외화내빈의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지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세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들어 근로소득 세부담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라는 통계도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같은 공적 지출의 급격한 증가는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가계의 소비 감소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가계의 소득 감소를 낳는다. 과도한 세부담 증가가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끌고 들어갈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팍팍한 민생이 이렇게 통계로도 잘 드러나는데 정부는 툭하면 지표경기 타령만 하니 민심이 들끓지 않을 수 없다. 민생 살리기가 국정의 최우선 당면 과제가 되어야 함에도 공허한 장밋빛 장기 청사진만 쏟아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생에 전념하지 않는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많은 국민은 대통령의 관심이 개헌과 열린우리당 분당 같은 정치적 이슈에 쏠려 있지 않나 의심한다.
여당의 분당으로 민생은 정치권의 관심에서 더 멀어지게 됐다. 산적한 민생법안의 처리 지연이 우려된다. 9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경제민생회담이 정치권의 관심을 민생으로 돌리고, 초당적 협력체제라는 가시적 결과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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