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전투구의 본격적 대선 국면이 조성되면서 미 워싱턴에서 한국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계획되는가 하면 강한 보수색채의 동포포럼이 새로 발족되는 등 한국 대선의 여파가 미국에도 미치고 있다.
워싱턴의 두 한국전문 연구기관인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는 공동으로 한국의 대선주자들을 초청해 한미동맹, 한미 FTA, 대북 정책 등 현안에 관한 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토론회에서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적 입장을 먼저 개진한 뒤 미 정부, 학계, 싱크탱크, 기업계 등의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국의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와 비슷한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청 대상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초청에 응한 대선주자들은 워싱턴을 직접 방문하거나 한미 양국사이의 원격 화상회의 방식을 통해 토론회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구상이 성사된다면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에 의한 한국 대선주자들에 대한 직접적 평가와 검증이 이뤄지는 셈이며 그 결과는 역으로 국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때문에 자연히 패널의 선정 방식 등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KEI의 잭 프리처드 소장은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 대학의 본 오버도퍼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USKI의 아이디어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면서 “토론회에 소용되는 모든 경비는 두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충당할 것이며 크게 많이 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존스홉킨스 대학내에 설립된 USKI에는 한국 정부의 예산이 상당부분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토론회 주최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소지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으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비롯한 재미동포 1세들은 1일 워싱턴에서 ‘워싱턴 한미포럼’을 공식 발족시키고 ‘더욱 상황이 악화된’한미관계의 실상을 바로 알리겠다고 나섰다. 포럼에 참여한 발기인 16명은 정계, 재계, 법률,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한 성공한 인사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지한파들은 한국 정부와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얻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거북해 할만한 정도로 허심탄회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기준으로는 앞서의 USKI나 KEI는 할 말을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 전 의원과 함께 이 포럼 공동의장을 맡은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의 ‘바짓 가랑이’라도 붙잡고 한미관계를 예전처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 한국 현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강한 정치ㆍ외교적 색채를 드러내기도 했다.
포럼 관계자들은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이미 일정한 정치적 진영에 기울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목표로 삼은 대로 미 의회에서 한미관계 실상에 대한 청문회가 성사되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 정치적 파장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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