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오)는 5일 수 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69) 현대ㆍ기아차 그룹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죄를 적용,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방어권을 보장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 회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대규모 자금을 은밀히 조성해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한 행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크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정 회장이 비록 계열사의 피해를 변제하고 있지만 잘못된 기업관행을 청산하고 투명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는 물론 ㈜본텍과 현대우주항공, 현대강관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배임혐의 등 4가지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가 실형선고로 ‘화이트 칼라 범죄’엄단 의지를 밝혔지만 법정구속을 피함으로써 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는 절충형 판결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법원이 정 회장 범죄의 법정 최저형기(징역 5년)를 대폭 낮춘 데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가능한 형(징역 3년 이하)을 선택해 엄정한 판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동진(57) 부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이정대(52) 재경본부장과 김승년(51) 구매총괄본부장은 각각 징역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현대차의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매입과 관련 김 부회장이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게 3억원을 준 혐의는 “농협 회장은 뇌물죄가 적용되는 공무원이 아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정 회장은 2000년 4월~2006년 3월 비자금 696억원을 조성하는 등 회사 돈 900억여원을 횡령하고, 본텍 유상증자 과정 등에서 계열사에 2,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됐다가 같은 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정 회장 측은 곧 항소할 예정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