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중 사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군(郡) 단위 고교 학생들의 논술 점수가 서울 등 대도시 학생보다 높았다. 2006학년도에도 그랬다.
서울대가 논술 점수를 첫 공개한 지난해는 ‘우연’으로 치부했지만, 올해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서‘강남 논술 사교육’효과가 의심스럽게 됐다. 4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 창평고등학교를 찾아 ‘시골’ 교사와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면 소재지에 있는 이 학교에서는 올해 서울대에 2명이 진학한다.
“그냥 많이 읽고 쓰고,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공부했어요.”
사회과학대(일반전형)에 합격한 김진하(19) 양은 특별한 비결 대신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공부처럼 논술에도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다.
김 양은 고교 3년 동안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데다 김양은 할머니(86) 남동생(16)과 함께 생활보조금에 의존하는 소녀가장이기 때문이다.
대신 학교에서 체계적인 자체 논술 공부 방법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우선 1, 2학년 때는 학교가 추천한 필독서 50권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문을 스크랩해 느낀 점을 쓰는 연습을 한다. 큰 노트 위에는 신문기사를 오려 붙이고 그 아래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식이다.
교사들이 도와주지만 대부분 논술과 구술 실력을 스스로 쌓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신 수행평가에 반영해 동기를 유발시켰다. 논술담당 김휘(52ㆍ지리) 교사는 “사교육을 접하기 힘든 시골 학생에게 가장 좋은 논술 공부 방법은 신문 활용”이라며 “교사들이 수업 내용과 관련 있는 시사 문제를 스크랩해 나눠주고 학생과 함께 토론한다”고 말했다. 김양도 “자신의 뚜렷한 주관과 생각이 있어야 상대방을 설득하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며 “3년 동안 꾸준히 해 온 신문스크랩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3학년때부터는 학교가 본격적인 논술 공부 지원을 시작한다. 매주 주요 대학 기출 문제를 하나 선택해 1,800~2,000자 안팎으로 정리하는 것. 특히 논술시험 준비를 하는 10여명 학생들이 서로 답안을 돌려보며 토론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교사의 첨삭지도로 답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수능 시험 뒤에는 매일 1, 2개의 논제에 대해 ‘2시간 글쓰기, 2시간 토론’을 하며 강도 높게 준비했다.
대도시 학생들의 고액 논술 과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양은 “입시를 앞두고 불안하니까 가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비싼 강의료 만큼 얻은 것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입시 막바지에 논술학원에서 어려운 고전이나 사회과학 등을 배워봐야 실제 논술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래 희망이 언론인이라는 김양은 마지막으로 논술 공부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 틈나는 대로 많은 책을 읽으려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담양=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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