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학원 부럽지 않아요.”
국내 첫 공립(公立)학원인 전북 순창군 ‘옥천인재숙(玉川人材塾)’이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 화제가 되고 있다. 순창군은 특히 “군(郡)이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학원을 만들어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일부 교육단체의 반발 속에 이 같은 결실을 이뤄내 주목 받고 있다.
옥천인재숙 3기 졸업생인 김준영(18ㆍ순창제일고 3년) 양창수(19ㆍ순창고 3년)군은 200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바이오시스템ㆍ조경학 계열과 자연대 생명과학부에 각각 합격했다. 순창군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 것은 1992년(1명)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졸업생 43명 중에는 이들 외에도 22명이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과 수도권 유명대학에 들어갔으며 나머지도 대부분 지방국립대와 교육대학에 합격했다.
공립학원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 학원의 운영 방식은 평이하다. 관내 중3~고3생 50명씩 200명을 학교장 추천과 자체 선발시험을 통해 뽑는다. 경쟁률은 평균 2.5대1이다. 학생들은 25명씩 나뉘어져 방과 후 오후 7시부터 국ㆍ영ㆍ수ㆍ논술 중심의 정규수업(3시간)을 받고 자율학습(2시간)을 한다.
전원 기숙생활을 하고 주말에만 집에 다녀올 수 있으며 거리가 먼 학교는 학원버스로 등하교 한다. 군에서 연간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학원비와 기숙사비, 교통비는 무료다. 다만 끼니 당 2,000원의 식사비를 거둬 학부모들이 식당을 운영한다. 강사진 16명은 서울과 광주의 유명 학원에서 초빙했으며 기숙사감 3명은 아예 학생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생활지도를 맡고 있다.
김진현(순창제일고 2년)군은 “광주나 전북 전주에 갈 필요 없이 인재숙에서 공부하면 일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순창의 옛 고을 이름인 옥천(玉川)을 딴 옥천인재숙은 2003년 순창읍 복실리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설립됐다. 강인형 군수는 교육문제로 인구가 급감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과감하게 2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교육단체는 “세금으로 소수 학생만을 위한 사교육을 조장하고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2005년 10월 강 군수와 옥천인재숙 장학재단을 학원설립운영 및 과외교육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남원지청에 고발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끝에 강 군수가 기소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후 장학재단은 폐지했고 지난해 8월 옥천학원으로 정식 등록했다.
옥천인재숙은 80개가 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경남 하동군과 전남 곡성군 등 10여개 자치단체는 이미 관련 조례와 운영현황을 배워갔다.
옥천인재숙의 성공으로 순창군(지난해말 현재 인구 3만2,485명)은 농촌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기현상’에 기뻐하는 모습이다. 주민의 타지 유출에 애태우던 순창군은 2004년 인구가 유입 332명으로 반전됐으며 2006년에는 무려 473명이 늘어났다.
강 군수는 “김 군 등은 4년 정규과정을 모두 밟은 첫번째 졸업생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며 “교육문제를 해결하면 농촌의 인구 유출을 막고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기쁘다”고 말했다. 옥천인재숙은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기숙사를 8인실에서 4인실로 바꿀 방침이다.
순창=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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