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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닮아서 뭉쳤을까, 뭉쳐서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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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닮아서 뭉쳤을까, 뭉쳐서 닮았을까

입력
2007.02.0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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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베레비 지음ㆍ정준형 옮김 / 에코리브르 발행ㆍ510쪽ㆍ2만원

모든 동물들은 크건 작건 자기 영역을 갖고 있다. 만일 무언가가 조금이라도 경계를 침범하면 당장 적개심을 드러낸다. 자연계에서의 보편 현상을 인간 사회로 치환하면 어떨까. 그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을.

예를 들어, 한국을 보자. 이 곳의 이념 온도는 다른 나라와의 어설픈 비교를 거부한다. 특히 해방 정국 이후, 사회ㆍ정치적으로 이슈 하나가 생겼다 하면 이내 좌우 스펙트럼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구어진다. 안 좋게 말해 패거리 정치(cronyism)판이 형성되고, 사회는 거기 따라 분할된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나뉘어, 힘의 긴장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일까.

사회심리학과 첨단 과학 이론을 두루 섭렵하고 과학저술가로 이름 높은 저자는 인간이란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한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패가 되고 나니 서로 비슷해진다고 한다. 그런 주객 전도적 상황은 어째서 벌어지는가.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에 따라,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실은 마음이 만들어낸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그들’ 간의 진정한 차이는 과연 어디 있는 걸까.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무엇 때문은 아닐까. 책은 마음의 코드를 들고 있다.

마음을 읽는 코드, 즉 상대방의 진정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자폐증적 심맹(心盲)’이라 한다. 차이라는 보편적 현상이 관계 단절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다. 만일 고도의 지능을 가진, 독똑하고 의지가 강한 자폐인에게 그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처구니 없게도, 고기능 자폐인들은 타인의 눈에서 나오는 물이 괴로움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를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특수 상황일 뿐, 차이 혹은 차별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승부에서 이긴 그룹에게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묻자, 자기 편에 최대한의 보상이 돌아가게 하기보다 자기 편과 상대 편 사이에 최대한의 다르게 대해 달라는 답을 얻었다는 실험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집단과의 ‘차이’를 무엇보다 선호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자. 책이 우리 시대 한국에 대한 풍자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코드 운운하며 편가르기에 골몰하다, 이제 대선 정국을 맞아서는 또 다른 편가르기로 가히 가관이다. 책은 그를 두고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한다. 이른바 ‘부족적(tribal) 감각’이 여기서는 유별스럽다. 이 사이버 시대에 그러한 원초적 심리 상태가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건강에 영향을 주며, 사회 전체에 파장을 드리우는 원인이라니.

한 집단이 공통된 정신적 코드를 갖는 것은 보편적이다. 다른 집단과 척이 져, 증오에 의한 파국을 초래하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바다. 책은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 실제의 사례 연구를 통해 역사적 진실을 제시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건재한 부족 심리의 생성과 발전에 관한 세밀한 사례 연구는 책 읽는 맛을 더해준다. 우리는 왜 꼭 좋은(득이 되는) 사람과 나쁜(손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분류해야만 직성이 풀릴까.

사회와 문화에 걸친 광범위한 사례와 다양한 임상 기록 등 곳곳에서 번득이는 박식함은 책이 왜 500여쪽에 달하는 분량이 됐는지를 말해준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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