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공채출신 CEO시대’를 연 이구택 회장이 ‘롱 런’ 가도로 접어들었다.
포스코는 6일 이사회를 열어 이 회장을 3년 임기의 상임이사 후보로 선임했다. 전날 CEO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도 단독 추천된 이 회장은 23일 주주총회를 거쳐 향후 3년간 포스코 CEO직을 맡게 된다. 이 회장과 함께 윤석만 현 사장도 이날 이사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2003년 중도하차한 유상부 전 회장의 뒤를 이어 CEO에 취임한 이 회장은 이듬해 재신임을 받았다. 올해 새로 시작되는 임기는 2010년까지이며, 이 경우 이 회장은 7년간 포스코 CEO자리를 지키게 될 전망이다. 형식상으론 3연임이지만, 첫 임기는 상임이사 임기와 엇갈리는 바람에 1년에 불과했다.
사실 이런저런 외풍 속에 포스코의 역대 CEO들은 수난을 겪었다. 황경로(2대) 전 회장은 재임기간이 고작 5개월(1992년10월~93년3월)에 불과했으며, 정명식(3대) 전 회장도 1년만에 낙마했다. 김만제(4대) 전 회장은 4년, 유상부 전 회장은 5년 동안 재임하는데 그쳤다. 포스코 설립자인 박태준 초대회장 이후 3연임에 들어간 CEO는 이 회장이 처음인 셈이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롱런 비결은 ‘90%의 자질과 10%의 행운’이 결합된 결과란 평가다.
경기고,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69년 공채 1기로 포스코에 입사, 탄탄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엔지니어출신이면서도 수출부장, 경영정책부장, 신사업본부장을 두루 거치면서 회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 ‘비전 크리에이터’로 불리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회장은 역대 회장들로부터 일찌감치 ‘미래의 CEO감’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외유내강형의 CEO’로 불린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품에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업무추진에 관한 한 맺고 끊음이 누구보다 분명하다는 평가다. 영어를 잘 하고 매너 좋은 국제 신사라는 점도 그의 강점이다. 이 같은 안목과 국제감각을 바탕으로 그는 중국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 생산ㆍ판매망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포스코’의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능력이 있으면 운도 따르는 법. 시운(時運)도 그에겐 우호적이었다. 아르셀로-미탈과 같은 초대형 철강기업의 탄생과 포스코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노출 등 숨가쁘게 진행되는 세계 철강 업계의 구조조정상황은 오히려 그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미 올해 국내 철강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총동창회로부터 2007년 AMP 대상도 받았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균형감각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균형감각과 역사의식”며 “포스코가 앞으로도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으로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윤석만 사장도 재신임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윤석만 사장과 정준양 부사장도 재신임을 받았다.
또 박원순 변호사와 전광우 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은 사외이사로 후보로 추천됐으며,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감사위원(사외이사 겸임)후보로 확정됐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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