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괜찮다 이거지?"(서방파 전 두목 김태촌)
"스캔들이 폭로되면 네가 무사할 것 같냐?"(권상우씨 전 매니저)
인기영화배우 권상우(31)씨는 한동안 집에도 못 들어갈 정도로 숨어 다녔다. 한류스타로 떠오르며 몸값이 수백 억원대로 뛰자 폭력조직과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이 각종 이권을 챙기려 권씨에게 협박과 압력을 가해온 탓이다. 검찰은 조폭의 비호를 받는 세력이 연예기획사에 진출, 폭력적 방법으로 이권에 개입해온 대표적 사례로 파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충근)는 6일 조폭이 연관된 연예기획사 관련 비리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박 부장은 "한류 열풍 등으로 연예산업이 급성장하자 조폭 세력이 스타급 연예인을 협박하는 등 이권 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에선 일본 야쿠자가 한류스타 연예사업에 손을 뻗친 흔적이 처음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서방파 두목 출신인 김태촌(57ㆍ구속)씨는 일본 야쿠자 중간보스 출신으로 연예사업을 하는 N씨의 부탁을 받고 권씨에게 일본 팬미팅 공연을 강요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권씨측에 전화를 걸어 "권상우 집이 성남 분당 ○○빌라 ○동 ○호 맞지? 그럼 내일부터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다 이거지"라며 이틀에 걸쳐 협박했다.
전 소속사인 I사 관계자들도 권씨를 협박했다. 권씨가 소속사를 옮기려 한 게 화근이었다. 전 매니저 백모(28)씨는 2005년 11월 권씨의 사생활 약점을 폭로하겠다며 압박했다. 결국 권씨는 "나는 2007년부터 I사와 재계약을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0억원을 백씨에게 지급한다"고 자필 각서를 써야 했다. 검찰은 백씨의 부친이 '양은이파' 부두목 출신이라고 밝혔다.
연예계 거물인 I사 대표 한모(43)씨는 2005년 8월께 회사를 Y사에 넘기면서 대표 정모씨에게 "Y사에 소속될 권씨와 유명 영화배우 이모씨에게 치명적인 카드가 있다"고 협박, 33억원을 받아냈다. 한씨는 변호인을 통해 "조폭과 전혀 관련이 없고 거액 갈취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한씨가 양은이파 부두목과 호형호제하고 신학동파와도 유착돼 있었다"고 밝혔다.
연예기획사가 '조폭의 사금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2001~2003년 음악전문 케이블TV와 D연예기획사를 경영한 조모(45)씨는 회사자금 400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이 중 상당 액수가 조폭의 활동자금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 김태촌은 누구인가?'전국구 조폭' 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58)씨는 양은이파,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의 하나인 서방파 두목 출신이다. 1970년대 초반 광주 지역을 무대로 폭력을 휘두른 그는 76년 서울 무교동 엠파이어호텔 주차장에서 경쟁자 오모씨를 칼로 난자하면서 전국구로 세력을 넓혔다.
86년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습격 사건 등으로 십수년을 복역한 뒤 2005년 7월 사회보호법 폐지로 자유의 몸이 됐다. 출소 이후 강연, 신앙간증을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교도소 수감 당시 뇌물공여 사건으로 다시 구속기소됐다. 협심증으로 지난달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현재 진주 모 병원에 입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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