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버포드 지음ㆍ강수정 옮김 / 해냄 발행ㆍ424쪽ㆍ1만5,000원
잡지 <뉴요커> 의 기자 빌 버포드가 요리사라는,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한 것은 마리오 바탈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이탈리아 식당 <밥보> 를 운영하는 그는 유수의 레스토랑이 즐비한 뉴욕에서도 손꼽히는 요리사. 밥보> 뉴요커>
버포드가 자신의 생일날, 친구의 친구인 마리오를 부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이탈리아식 돼지비계 라르도를 들고 나타났다. 초대받은 손님이었음에도, 그는 이내 주방을 장악했고 일행을 새벽까지 음주 가무의 세계로 이끌었다. 버포드는 그런 마리오에게 빠져들었고 마리오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정말로 일을 배우는 곳은 주방이에요. 책이나 TV, 요리 학교가 아니라 그 곳에 요리를 배우는 왕도가 있죠.” 그래, 나도 해보자. 버포드는 기자생활을 때려 치우고 마리오의 ‘노예’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길이 평탄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뛰어든 요리의 세계는 험난했다. 밥보의 주방에서 손가락을 베고 손에는 물집이 잡혔다. 두 시간 동안 당근을 썰었는데 규격이 맞지 않아 쓰레기통에 버렸고, 파스타 28인분을 주문 받았으나 소스 냄비를 엎었다.
그렇다고 중단할 수는 없다. 버포드는 내친 김에 런던으로 건너가 마리오의 요리 스승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를 만난다. 화이트로부터 들은 것은 마리오 역시 초년병 때 실수가 많았다는 사실. 다시 이탈리아로 떠나 칼을 붓처럼 휘두른다는 토스카나 최고의 푸주한 다리오 베키니를 만난다.
책은 칼 잡는 법도 모르던 한 남자가 주방의 골칫덩이로 좌충우돌하며 어엿한 요리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버포드가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좋은 요리가 탄생하려면 좋은 재료 혹은 정교한 손놀림이 아니라 사람의 열정과 갈등, 눈물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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