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녹색 상품' '명품'.
이는 웰빙 식품을 설명하는 문구가 아니다. 중국이 백두산(창바이산:중국명)을 형용하는 단어이다. 백두산이라는 코드는 명산을 넘어 현재와 미래의 훌륭한 상품으로 경제와 정치적인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 동북아 질서 재편의 키워드
백두산을 둘러싼 한중 간의 신경전은 여러 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천지에서의 성화 채화, 백두산 세리머니, '창바이산'을 넣은 학교명 개명 등 백두산을 상품화하는 어떠한 중국의 노력도 한국과 갈등을 창출할 뿐이지만 중국은 거세게 돌파하고 있다.
한중 외교전을 불사하면서 중국이 백두산을 '창바이산'으로 세계에 홍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은 어떤 방향으로 이를 활용할 것인가?
중국이 백두산을 중시하는 이유는 백두산이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새 시대의 도전은 동아시아의 기세를 누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이다. 여기에서 중국이 고안한 것이 바로 백두산 문화이다.
예전에는 동북지역의 문화를 '동북문화' '관동문화' '백두문화' '흑토지문화' '요하문화' '만주문화' 등으로 불렀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이와 같은 명칭을 두고 굳이 '백두산문화'에 집착하고 있다.
중국은 백두산이 인류 문명의 생장점 중의 하나라고 치켜 세운다. 좀 더 솔직하게 중국의 의도를 담은 용어로 설명하면 "백두산은 동북아시아를 총체적으로 리드하는" 상징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백두산을 환경친화적으로 브랜드화하여 백두산으로 상징되는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과의 국경산 정도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의 키워드인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국이 설정한 백두산문화의 범주이다. 기본적으로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롱장성 3성을 포함하며 허베이성의 북부와 네이멍구 동부 그리고 러시아 원동 지역과 조선반도를 포함한다.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강이 황해와 동해로 흘러 들어가므로 국민의 해양의식 고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두만강 하구 및 동해 연안선은 중국이 일찍이 관할했던 영해라는 것을 교육"시킨다는 전략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일본, 한반도를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이다.
"민족 단결을 강화하고, 변강의 안정을 촉진시켜 발전하고 번영시켜 변강의 장기적인 안정을 확보한다"는 대내적인 목적과 더불어 백두산을 활용한 동아시아 기세 잡기는 일단 역사 난제에 봉착되어 있다.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동북공정과 백두산공정에서 해결해야 할 역사적 난제는 기자와 단군 문제, 고구려와 고려문제, 발해국 문제, 조선인과 조선족 문제, 간도 문제 그리고 청조 관료의 백두산 등반 문제이다. 이 과제는 백두산문화에서도 여전히 주요 해결과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 동북지역에서 어떠한 '공정'(프로젝트)을 해도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는 한중 간의 중요한 역사 문제이다.
단순히 관광개발 차원일 것 같은 백두산의 명품화 뒤에 숨어 있는 칼날은 바로 우리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다. 백두산공정에 숨겨진 명백한 칼날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선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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