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경기 부진과 사회 보수화 경향이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완성차 업체의 판매 차량 색상 분포를 분석한 결과, 전 차종에서 빨강 파랑 보라 등 화려한 원색 대신 검정 회색 은색 등 무채색 계열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대표적 고급 승용차인 쌍용자동차 체어맨의 경우, 2004년에는 검정색 차량이 전체 판매량의 81.3%였으나 2006년에는 89.1%로 증가했다. 반면 은색 차량은 14.1%에서 11.1%로, 상아색 차량은 3.9%에서 2.6%로 각각 줄었다. 르노삼성 SM5도 2005년에는 검정색 비중이 37%였으나 지난해에는 49%로 크게 높아졌다.
국내 최소형 차량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주로 구매하는 GM대우 마티즈에서도 화려한 색상이 퇴조하고 있다. 2004년에는 하늘색 차량이 전체의 33.6%로 가장 많이 팔렸고, 선홍색 차량도 17.7%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하늘색 비중은 8%로 하락한 반면, 2004년 4위(14.9%)였던 은색 차량은 30%로 증가했다.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역시 은색 비중이 2005년 45.1%에서 2006년 51.4%로 증가한 반면 빨강(14.2%→12.2%)과 파랑색(8.7%→3.6%) 계통의 비중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대형 차종에서는 검정색 비중이, 준중형 이하에서는 무채색 비중이 증가한 것을 보수화와 경기 불황의 여파로 해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이용하는 중대형 차종에서 권위적 느낌이 강한 검정색이 늘었다는 것은 사회 분위기가 보수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판매 성백창 차장은 "무채색 차량은 원색 차량보다 때가 묻거나 흠집이 생겨도 표시가 나지 않으며, 차량 관리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불황기에 유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황기에는 차를 구입할 때 나중에 중고차로 처분할 때까지도 염두에 두는데 일반적으로 무채색 차량의 가격이 원색 차량보다 5~10% 가량 높다"고 덧붙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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