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 축구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 시즌 승부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이번에는 경찰관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3일 오전(한국시간) 안젤로 마시미노 경기장에서 열린 ‘시실리 라이벌’ 카타니아와 팔레르모의 2006~07 세리에 A 정규시즌 경기도중 관중 소요가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던 경찰관 필리포 라시티가 관중이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제 폭발물을 얼굴에 맞고 숨진 것.
관중 소요는 원정팀 팔레르모의 선제골에 불만을 품은 카타니아 서포터스가 후반 10분께 난동을 부리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경기가 일시 중단됐고, 축구장 밖의 길거리까지 확산돼 최루탄과 폭발물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경찰관 라시티의 사망 외에도 다수의 경찰관과 150여명의 관중들이 폭력 사태로 부상했다.
이탈리아 축구장에서의 난동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뉴스전문케이블 CNN은 라시티의 사망 사고를 전하며 “세리에 A에서 아마추어리그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축구장에는 폭력이 만연돼 있다. 난투극과 폭발물 투척이 서포터스의 응원만큼 일반화 돼 있는 것이 이탈리아 축구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경찰관 사망사고로 이탈리아의 모든 축구는 ‘올스톱’됐다. 세리에 A 및 하부리그의 주말 경기가 모두 취소됐고 오는 6일 열릴 예정이던 벨기에와의 21세 이하 대표팀 친선 경기와 7일로 예정된 루마니아와의 A매치도 무산됐다.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는 이탈리아 축구가 재가동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탈리아 축구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묵은 골칫거리였던 경기장 폭력을 뿌리뽑겠다며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는 축구장 폭력을 근절시키겠다며 로마노 프리디 총리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프리디 총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축구장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오는 6일 줄리아노 아마토 내무장관, 지오바나 멜란드리 체육장관과 대책 회의를 열고 폭력 사태 근절을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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