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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경영학-대·중소기업 협력이 경쟁력이다]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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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경영학-대·중소기업 협력이 경쟁력이다] LG전자

입력
2007.02.0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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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보고 생각하자.’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자리한 LG전자 협력업체인 광성전자㈜ 사장실. 집무용 책상과 조그만 접대용 원탁 및 의자뿐인 단출한 사무실 벽면 한 켠에 다소 이색적인 구호가 눈에 뛴다. 마주 앉은 정은상 경영고문에게 의미를 물었더니, “머리로 계획만 짜지 말고, 일단 부딪쳐 실행부터 해보자는 뜻”이라며 “하면 안될 게 없다는 것을 강조한 기술혁신 구호”라고 설명했다.

종업원 130여명, 매출액 100억원대의 이 회사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현재 LG전자 휴대폰에 들어가는 금속 부품의 80%를 도맡아 생산하고 있다. 1993년부터 LG전자와 인연을 맺은 이 업체는 초창기에는 카세트 녹음기의 외장 케이스를 생산했으나, 99년부터 휴대폰에 쓰이는 알루미늄 부품(알루미늄 데코)을 납품해 오고 있다.

중소업체로서는 드물게 제품 설계부터 금형제작, 프레스, 다이아커팅 등 전 공정의 기술과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입체적으로 곡면을 따라 정교하게 깎아내는 3차원 알루미늄 다이아커팅 기술은 이 회사만이 갖고 있는 특허 기술이다.

광성전자는 지난해 1월 LG전자로부터 뜻밖의 제의를 받았다. “휴대폰 외장 전체를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보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휴대폰을 플라스틱 대신 금속으로 만드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부분적으로 금속이 쓰이긴 했지만, 케이스 전체를 스틸로 제작한 경우는 없었다. 스테인리스는 고급스럽고 접촉시 질감이 좋지만, 인성이 강한 탓에 형상 구현이 쉽지 않아 어떤 업체도 시도한 적이 없었다.

당시 LG전자는 디자인경영을 모토로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을 구상하고 있었다. 히트작인 초콜릿폰의 뒤를 이을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금속 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스테인리스폰 개발을 밀어 붙이기로 한 것. 하지만 관련 부품 업체들이 국내엔 없었다. 수개월을 헤맨 끝에 결국 금속 가공 기술력이 좋은 광성전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같이 해 봅시다.” 일단 대담하게 부딪쳐 보는 스타일인 이 사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휴대폰의 스테인리스 외장 케이스는 그런대로 만들었지만, 손에 착 달라붙는 질감을 표현하려면 스테인리스 표면에 미세한 가로 줄무늬 형태(헤어라인)로 뒤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다. 또다시 관련기술을 가진 2차 협력업체를 찾아 전국을 뒤진 끝에 창원의 한 시계부품 제작업체를 발굴했다.

고개를 가로젖는 해당 업체를 상대로 “LG와 우리를 믿고 함께 해보자”고 설득했다. 이렇게 3자가 밤을 지새며 8개월간 분투한 끝에 양산체제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이정택 사장은 “고생은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며 “개발에 3개월 걸리는 알루미늄 부품보다 훨씬 많은 8개월이나 소요됐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인 샤인폰은 이런 상생의 결과물이다. LG측의 혁신적인 마인드와 협력업체들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빛을 보기 어려웠다. 샤인폰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뒤 국내에서만 20만개가 넘게 팔렸다.

상생경영은 제품 개발뿐 아니라 국제경쟁력 강화에도 실질적인 힘이 된다. 경북 구미시 공단동에 자리한 LG전자 TV 부품 납품업체인 합동전자가 그런 케이스다. 요즘 TV업계는 전세계적으로 기술개발과 판매경쟁이 가장 치열해 피를 말리는 원가인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LG전자로부터 직원 6명을 파견받아 생산성 혁신을 시작했다. PDP TV용 스탠드베이스(받침대)에 스프레이 페인트칠을 하는 과정에서 ‘이물질과의 전쟁’을 선포, 8개월간 불량률을 32%에서 5.4%로 낮췄다. 생산성은 무려 48%가 뛴데 이어 2004년에도 32%가 올랐다. 이 업체로 인해 LG전자에 납품하려면 불량률이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새로운 룰이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마른 수건을 짜내도 인건비와 제조원가가 원천적으로 비싼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 업체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한번 LG전자와 머리를 맞댔다.

본사는 그대로 두고, 2005년 LG전자로부터 1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아 멕시코 레이노사주에 진출해 있던 LG전자 공장 인근에 현지공장을 새로 차린 것. 이 덕분에 물류비용 20%, 제조원가 25%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LG전자 현지공장도 15% 가량 원가 절감 혜택을 보게 돼 상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상생경영을 표방한 이후 설계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동 참여, 시간과 비용낭비를 줄이고 있다”며 “협력업체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쌍방향 협력이 이뤄져 경쟁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LG, 상생 이렇게

글로벌 경쟁은 개발기업간의 경쟁이 아니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네트워크간 경쟁이다. 수출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G전자는 이 같은 판단 아래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모으고 있다.

우선 투자자금 지원, 결제일 단축, 연계 은행을 통한 자금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종전 60일이던 결제기간을 30일로 단축했고, 2005년 6월부터는 국내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현금결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연간 5조원 규모의 거래대금이 전액 현금으로 결제돼 협력 업체들로선 실질적으로 연간 500억원 이상을 추가 지원받는 효과를 얻고 있다.

자금지원 뿐 만이 아니다. 교육ㆍ혁신활동 지원을 비롯해 ▲기술 지원 ▲인력확보 ▲경영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는 한편, ▲첨단부품 국산화 기술 공동 개발 ▲해외 동반진출 등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협력회사들이 자체로 하기 어려운 전문교육에 대해 무상교육도 해주고 있다”면서 “사내의 전문가 40여명으로 컨설팅 전담조직을 구성, 협력업체의 경영합리화, 원가절감, 공정개선 노력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 광성전자 이정택 대표

“상생은 다른 게 아닙니다.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게 납품할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상생입니다.”

광성전자㈜의 이정택(49) 대표는 “대부분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대기업만이라도 국내에 제조공장을 계속 두는 것이 협력 업체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사항”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납품대상이 줄어들면, 고만고만한 중소업체들끼리 ‘작아진 파이’를 놓고 제살깎기식 경쟁을 하게 되고 결국 기술이 좋아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모두 금형기술자인 4형제의 막내로, 1990년 세 명의 친형들과 힘을 합쳐 창업한 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기술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이젠 미래 생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제품 단가의 급격한 인하로 지난해의 경우 생산량은 20%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30%나 떨어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어려워도 국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각오다. 차별화된 기술개발과 자동화를 통한 제조공정 혁신을 통해 중국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LG전자와의 상생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샤인폰이 히트하면서 회사상황도 호전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매출추이를 감안, 부품 생산시설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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