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혼에 접어들면서 나 자신의 능력을 점검해 보고 싶었습니다.”
국내 패션 일러스트의 선구자로 통하는 김경상(64)씨는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5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자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상이란 예명으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면서 서울 소재 2개 대학 강단에서 20년 이상 강의해온 김씨가 ‘늦깍이 학사학위’에 도전하게 된 것은 학력 콤플렉스 때문은 아니었다.
김씨는 “그 분야(패션계) 역시 나름대로 학력의 벽이 두텁지만 독학사 취득을 결심한 것은 학력 콤플렉스 때문은 아니었다”면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제가 예측했던 것보다도 몇 배나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교원 양성 교육기관이었던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열아홉의 나이에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몇 년 간 가르치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패션업에 대한 동경 때문에 교편을 놓고 패션계로 전직했다. 그 후 30여년 간 4년제 정규 대학 졸업자들과 피나는 경쟁을 벌인 끝에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으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 스케치’, ‘김상s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집’ 등을 집필했다.
그는 학력의 굴레에 맞서 긴긴 세월을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기에 “남을 나보다 낫게 여겨라‘라는 겸손을 배울 수 있었고 세상 질서에 순응하는 예의도 배울 수 있었다며 독학사 제도를 보완한다면 경쟁력 있는 국가 주역을 길러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16년간 수형생활을 하면서 이미 2개의 독학사를 갖고 있던 이군(37)씨가 영어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22살 때 저지른 범죄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외아들인 자신을 대학에 보내는 게 꿈이었던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학업에 매진해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지금까지 3개의 독학사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
1997년에 출가해 10년간 수행해오다 국어국문학 학사를 받은 비구니 심근 스님(38)과 독학사 제도가 도입된 1990년에 입문해 무수한 좌절 끝에 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연도흠(42ㆍ군인)씨도 주목을 받았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