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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파트공화국' 한국인은 왜 아파트에 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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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파트공화국' 한국인은 왜 아파트에 사십니까?

입력
2007.02.0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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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줄레조 지음ㆍ길혜연 옮김 / 후마니타스 발행ㆍ269쪽ㆍ1만 5,000원

“집이 어디세요?” “○○아파트입니다.”

누군가와 대화 도중 집을 물으면 십중팔구는 그렇게 대답한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우리네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꼭 그래야 할까 하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네덜란드나 벨기에도 면적 대비 인구밀도가 높지만 아파트가 창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이는 놀랍게도 국내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이 이방인은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때만 하더라도 냉대 받던 아파트가 ‘귀하신 몸’이 된 이유를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권위주의 정권과 이에 부응해 땅 파서 돈을 긁어 모았던 재벌 건축사, 아파트 분양을 통해 경제적 수혜와 사회적 지위 상승을 누렸던 중산층의 ‘3자 합작’에서 찾는다.

이들의 합작으로 아파트는 소유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문화적 수준을 상징하는 척도로 변모했다. 반면 부의 재분재를 촉진하는 장기임대주택은 1980년대 후반까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여 한국은 장기임대주택은 없고, 매매만 활개치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고 진단한다.

그의 눈엔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 대다수가 한옥에서처럼 신을 벗고 상을 옮기면서도 ‘아파트=서구적, 현대적’이라고 여기는 것 또한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는 아파트가 갖는 현대성은 실체적이라기보다는 이미지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책의 말미에 한국인들이 어떤 도시형태와 주거공간을 원하는지를 묻는 대목을 읽다 보면 암울함마저 엄습한다. 아파트가 ‘업그레이드 증후군’에 빠진 한국사회의 잔혹한 거울은 아닐지…….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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