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30년을 맞이하는 극단 연우무대가 어린이 연극 분야에서 창작극을 생산해온 지 10년을 넘어섰다. 서양 명작 동화 각색 수준에 머물러 있던 어린이 연극 레퍼토리를 확장해 ‘연우 가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뚜렷한 걸음을 남기고 있다. <사랑의 빛> , <사랑은 아침 햇살> 등 대표작과 ‘하루살이’나 ‘고슴도치’ 등 정겨운 우리 캐릭터들도 발굴했다. 최근작 <대장 만세> 로 이 극단은 겨울 방학 끄트머리 어린이 관객을 위한 자리를 다시 폈다. (이응률 극본, 정한룡 연출) 대장> 사랑은> 사랑의>
<대장 만세> 는 인간에게 길들여져 쥐 한 마리 잡을 수 없게 된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의존에서 독립으로, 구속에서 자유로, 애완 대상에서 모험의 주체로 변화해 가는 성장통을 담고 있다. 이 와중에 만화 영화 <톰과 제리> 에 나올 법한 소녀가장 쥐 ‘깜찍이’, 불독만큼 미련하고 우직한 ‘똘개’ 등 흥미롭게 창조된 조역들이 있다. 톰과> 대장>
무대는 나무 블록 쌓기를 응용했는데, 공간이 좁은 탓인지 그다지 활용도는 높지 않다. 그림자극, 춤과 노래 등 어린이 연극이 선호하는 다양한 표현 말고도 어린이 무협을 연상시키는 몸싸움도 있다.
많은 어린이 연극들이 드라마를 포기하고 ‘놀이의 구성물’이 되는 이즈음, 이 연극은 극적인 서사 틀과 강력한 주제 의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생명 경시 세태와 버림 받는 아이들, 장애아동 해외 입양 등 어른의 관점에서 현실 문제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대장 만세> 는 어린이 연극의 해묵은 질문들을 떠올려 보는 자리기도 했다. 대장>
오늘날 극장이 어린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과 놀이의 장소인 극장은 학원과 캠프, 피시방 등에 관객을 빼앗기고, 취학 전 유아들에 의지해 연명해 가고 있다. 극단 측이 희망하는 ‘고학년 연극’이란 학교로, 교실로 ‘찾아가는 공연’ 방식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할 뿐인가?
경험 많은 배우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늘 새싹 같은 배우들의 연기 습작품이 되어버리는 현실은 또 어찌할까? ‘도전과 모험을 통한 성장과 변화’라는 관습적인 서사 틀을 수렴하면서도, 이를 다시 뛰어넘을 수는 없는가? 어른들이 아이들의 욕구와 두려움을 읽어내는 진정한 복화술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등등.
교훈을 전달하겠다는 욕심에, 옛 우화를 단순 재생산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스런 시선에 대해 우리 아동극은 과연 어떤 답을 들려 줄 수 있을까? 교육과 연극의 현실 속에 쌓여 온 문제들을 탐구하는 생생한 장소가 바로 어린이 연극의 현장이다. 어른들에겐 지나온 시간과 상처를 복기하면서 치유해가는 심리 치료실이기도 하다. 또 언어 중심의 근대 연극의 틀로부터 이탈, 비언어적 요소의 강력한 힘을 확인하는 흥미진진한 연극 실험실이기도하다. 25일까지 연우소극장.
극작ㆍ평론가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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