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둘러싼 교수 사회의 분열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의 본질인 표절 여부 규명을 빌미로 학맥이나 계파에 따라 총장 지지 세력과 반대파로 찢겨져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6일에는 세력별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교수 사회의 치부를 드러냈다.
교수의회 의장단은 이날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의 이 총장 표절 조사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왜 표절인지를 설명하는 상세한 첨부자료까지 준비한 의장단은 “이게 표절이 아니면 나는 1년에 논문 수 십편도 더 내겠다”는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이 총장 논문 표절을 기정사실화 했다.
비공개 원칙이었던 조사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전날 교수의회 일부 교수들이 “의장단이 표절로 몰아갔다”고 비난하며 의장단 불신임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하종호 교수의회 총무는 “일부 교수들이 5일 발의한 의장 해임안은 이에 동의하지 않은 교수들의 이름까지 들어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의장단은 기자회견장에 있던 홍보실과 총장 비서실 직원 등을 “회견 내용 등을 이 총장 측에 보고하기 위해 와 있다”며 쫓아내기도 했다.
이 총장 측은 곧바로 “같은 장소에서 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총장을 대변해 나온 정석우 기획예산처장은 조사보고서에 대한 2차 총장 해명서를 배포하면서 “표절이란 주장은 의장단의 일방적인 이야기”라며 “대다수 교수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처장은 조사위원 중에 이 총장 사퇴 압력 논란을 빚은 경영대 교수와 고교 동창인 외부 인사가 포함돼 있는 것과 관련, “외국 대학에서는 피조사자에게 위원회 명단을 공개해야 하며, 불공정하게 조사를 할 가능성이 있는 위원이 포함된 경우 조사를 받지 않을 권리도 있다”며 ‘음모론’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한 노 교수는 “총장이나 이사장 등 힘있는 자리를 둘러싸고 ‘정치 교수’들이 벌여온 물밑 싸움이 만천하에 공개돼 부끄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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