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행 막차를 타고 있었다. 열차가 신도림역에 도착하자 종착역이라는 요란한 방송과 함께 열차 내의 모든 불이 꺼졌다. 종착역인 것을 알려 승객들이 계속 열차에 남아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승객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어둠 탓이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기에 술에 취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 허둥지둥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승객들이 얽히고설켰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저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차고로 들어가는 열차에 승객이 남아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승객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전등이 꺼져버린 탓에, 넓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빠지는 사람이라도 나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공기업에 대한 일반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그러나 신뢰 회복의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고객을 배려하는 작은 처사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전등이 꺼진 암흑 속에서 승객들의 욕설 섞인 불만을 들으며 내린 결론이다.
임정환ㆍ인천 남구 주안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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