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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유종필과 조기숙, 노 대통령

입력
2007.02.0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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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변인 유종필씨는 얼마 전 펴낸 <아름다운 선택> 에서 자신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운명적 만남과 숙명적 대결'로 표현했다. 그는 2001년 6월 외롭게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노무현 캠프를 찾아가 "기능이 아닌, 혼을 바쳐 일하겠다"며 언론특보를 자청했다.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노 후보가 밝힌 '동서화합, 국민통합'의 기치에 강한 매력을 느껴서다. 주변에선 극구 만류했으나 그는 '정치벤처'를 한다는 각오와 열정으로 후보 경선의 결정적 분수령이었던 광주에서 승리, '보석 같은 존재'라는 노 후보의 극찬을 들었다.

● '노무현스러움'에 대한 두 시선

하지만 "민주당이 아닌, 노무현의 승리"로 당선을 자축하는 캠프에 실망한 그는 노 대통령이 집권 6개월여 만에 민주당을 박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후보 경선 시절 동교동 세력이 가장 염려했던 것이 노 대통령의 배신 가능성이었는데,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한 자신이 사기꾼이 된 까닭이다. 정권의 주장은 전혀 다르지만, 유씨는 지금도 노 대통령이 궤도를 이탈하는 반칙을 범했다고 비판하며 여당 중진이나 친노를 자처한 의원들마저 탈당하는 사태에 권력무상을 느낀단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씨는 최근 출간한 <마법에 걸린 나라> 에서 "노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국민정서법 위반죄, 여론 편승 거부에 따른 괘씸죄"라며 "하지만 그처럼 겸손한 사람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20세기 국민과 21세기 대통령'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는 "보수 언론은 노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해도 부정적인 주술을 걸었다"며 "열린우리당은 이들의 주술에 말려 '오만과 독선을 반성한다'는 등의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느라고 참 고생했다"고 비꼬았다.

반면 그는 노 대통령이 저평가되는 요인도 지적했다. 당선되기까지의 성공신화에 매몰되고, 지역주의를 오히려 한국정치의 상수로 만들었으며, 한국적 정서를 감안한 당ㆍ청관계를 설정하지 못한 세 가지 잘못이 그것이다.

"청와대에선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성역에 속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이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386 동지들과 단신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상 대신 '노무현스러운'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란다.

노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상반된 시선에서 나온 두 책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유씨에게선 '언론 출신 정치꾼의 얄팍함'을 느끼고 조씨에게선 '시대를 읽는 학자적 양심'을 봤을까. 대통령 스스로 "페이스를 잃었다"고 자탄할 정도로 길었던 지난달 23일의 신년연설은 답을 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굳이 이것을 중시하는 이유는 집권 4년의 치적과 미래 국가발전전략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과 철학이 온전히 녹아 있는 '참여정부 경전(經典)'이고, 남은 1년 국정로드맵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지도자는 국민과 속도 맞춰야

민생 경제 사회투자 안보 정부혁신 미래전략 등 폭 넓은 분야를 세세하게 모두 짚은 노 대통령 연설은 "무능한 정부보다 차라리 부패한 정부가 낫다"는 보수 야당 및 언론의 '저주'를 맹렬히 깨면서 '87년 체제' 20년의 역사적 과제 마무리와 21세기 미래설계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취지는 "앞으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는 경제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반성장과 사회투자와 사회적자본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란 한 구절로 압축된다.

이 대목에서 "지도자는 역사가가 아니라 미래학자가 돼야 한다"는 유씨의 충고는 틀렸고, "대통령은 21세기 미래에 사신다"는 조씨의 말이 맞는다. 하지만 국민과 떨어져 혼자 달려가는 대통령의 변화속도가 의미있을 리 없다. 묘하게도 엊그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7% 성장공약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4년의 연평균 성장률 4.2%를 성과로 내세우며, 이를 비웃는 차기주자들의 성장률 공약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대꾸다. 과거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 오가는 노 대통령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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