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필상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차마 이 나라 최고 지성의 전당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추악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나온 파벌 갈등설, 논문표절 의혹, 진상조사위의 표절 결론에 대한 교수의회의 애매한 태도, 총장의 음모설 제기, 그리고 교수의회 내부의 대립 등…. 정치판 행태를 뺨치는 이 상황에선 학문의 권위, 학자적 양심 따위를 입에 담는 것조차 민망하다.
복잡하게 따질 것도 없이 이번 일의 성격은 이 총장의 음모론 주장 하나에 압축돼 있다. 이 총장은 취임 전 몇몇 교수가 논문표절을 폭로하겠다며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위장 입원까지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세세한 대목의 진위를 떠나 여기엔 표절행위, 파벌문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 등 대학의 가면 속에 은폐돼 온 악취 나는 치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사회가 곧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곤 하나 이 총장은 이미 회복키 어려운 도덕적 상처를 입은 만큼 결단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논문표절 시비로 낙마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후보의 경우를 봐도, 당시 교수사회에 만연한 표절 행태를 지적하며 개탄한 이 총장 스스로의 글에 비추어서도 그렇다.
하지만 더 핵심 문제는 교수사회의 개혁이다. 이 사태는 우리 대학들이 왜 세계적 기준으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면서도 정작 학교들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교수들이 남의 학문적 업적을 도용하거나 재탕하고, 연구보다는 알량한 보직이나 일신의 이해에 급급해 하는 풍토에서 무슨 대학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대학들도 남의 일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다. 하물며 고려대가 이럴진대 다른 대학들은 오죽하겠느냐는 것이 일반적 정서다.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는 대로 교수들은 사과와 자정선언 등을 통해 국민의 용서를 구하고 정상적인 대학문화를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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