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 회장(동아제약 회장)이 아들과의 경영권 분쟁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옥쇄작전, 그리고 이로 인한 여론악화로 6일 마침내 전경련 회장 3연임을 포기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원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체인 동아제약 강 회장이 재계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애초 자의가 아니었다. 강 회장은 2004년 손길승 회장(당시 SK회장)이 중도하차하자, 회장단 가운데 최연장자라는 이유로 손 회장의 잔여 임기 1년을 채우는 회장을 맡게 됐다. 이어 강 회장은 2005년 주요 그룹 총수가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2년 임기의 전경련 회장을 다시 맡았다.
하지만 애초 ‘등 떠밀려’ 전경련 회장직에 오른 강 회장은 지난해 중반 이후 스스로 3연임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기 시작했다. 메이저 그룹 총수들의 고사 속에 확산된 ‘대안부재론’은 그의 3연임 확률을 높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부인과의 황혼 이혼, 뒤이은 차남인 수석무역 강문석 대표와의 동아제약 지분 경쟁이 빚어지면서, 강 회장은 자질시비에 휘말렸다. 누가 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재계에선 강 회장에 대해 ‘수신제가(修身齊家)’차원에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강 회장은 아들과의 경영권 갈등으로 3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지난달 25일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4시간 앞두고 ‘아들과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회장단은 이날 강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추대했고, 그의 3연임 꿈은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강공으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준기 회장이 ‘전경련 혁신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며 부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한 것이다. 김준기 회장의 사퇴는 사실 강 회장을 정조준한 것이었다. 부회장 자진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김 회장과 그의 참모인 조건호 상근부회장이 각 그룹 총수와 개별 접촉을 벌였지만, 3연임에 대한 오너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부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6일 오전까지만 해도 연임 의사를 갖고 있던 강 회장이었지만 이날 오후 조 부회장의 보고를 받고 결국 연임포기를 결심했다. 전경련 주변에선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는 지난달 회장단 회의에서 강 회장 3연임에 소극적으로 찬성했던 상당수 총수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적극 밝혔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알려진 ‘대안부재론’과는 달리, 일부 그룹에서 강 회장이 나서지 않는다면 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강 회장 3연임을 위해 전경련이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차기 회장 영입에 소극적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에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전경련 주변에서는 강 회장의 3연임 포기에 당혹스러운 표정이지만, ‘조직을 위해 길게 보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