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엔화의 기이한 약세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엔저 정책을 수정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국제 사회는 전세계를 떠도는 엔화자금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이 없다며 얌체처럼 엔화의 약세를 즐기는 듯한 일본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2일 국제외환시장에서 1달러 당 엔화는120엔 80대에, 1유로 당 엔화는유로 도입 후 최저 수준인 157엔대에 거래됐다. 한국 원화도100엔 당 775원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는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수출 호조와 경기 호조에도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시장논리로는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일본의 자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엔화 대비 유로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선진 7개국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담(G7^9일독일 에센 개최)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출하고 있다. G7 개최국인 독일의 페르슈타인부르크재무장관은 그동안 여러차례“G7에서 엔약세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독일은 엔화의 비
정상적인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판단을 하고 있다. 티에리 부르통 프랑스 경제^재무^산업 장관도“엔화는 일본의 경제 실태를 반영해야 한다”고주장하는 등 유럽국가들은‘엔화가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저평가된만큼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본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존 딩겔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장은 1일“일본이 지난 10년간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고의로 엔화
가치를 약화시켰고, 미국시장에서 가장 큰 이득을 봤다”는 내용의 서한을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보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엔화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자세를 취해 일본을 너무 감싸고 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정부도 최근의 엽기적인‘엔저’현상에 의구심을 표명하는 등 조심스럽게 견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국등아시아국가들도“일본이 국내 논리만 앞세우며 자기 혼자만 살려고 한다”며 진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성장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정부는 G7에서 엔화가 의제로 채택
되는 것 자체를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다. G7의 논의에 따라 엔고가 진행될
경우 일본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환율은 경제의 기초를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며 G7에서 엔저가 의제로 채택되는 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최근 엔화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일본이 고수하고 있는 저금리(0.25%) 정책과 이에 따른 엔캐리트레이드의 확산이다. 엔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싼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다시 금리가 높은 나라에서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 은행은 지난 달“장기적인 경기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며금리인상을 시도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실패했다. 그러자 미국(5.25%)과 유럽(3.50%)에 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앞으로도금리인상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엔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초저금리의 부산물인 엔캐리트레이드의 확산은 엔의 약세를 자기증식적으로 진행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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