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건 그곳은 법당이 될 수도 있고, 수행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은빛 설원에서 상의는 스님 차림, 하의는 힙합 바지 차림인 스님이 고글을 쓰고 공중회전을 하며 고난도 묘기로 대중의 눈길을 끈다.
6일 오전 강원 홍천군 비발디파크 스키장. 용문산 자락 상원사 주지 호산(42) 스님이 자신이 주최한 제5회 ‘달마배 오픈 스노보드 챔피언십 대회’에 직접 출전했다. 스님은 전국의 스노보더 200여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에서 힙합음악에 맞춰 경기 시작 전 젊은이들과 함께 시범을 보이며 중생 속으로 들어갔다.
스님은 “스노보드가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놀이라면, 수행은 속세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돼 자기를 단련하는 것으로 장소와 행동에 구애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이 스노보드를 타게 된 계기도 수행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 경기도의 한 스키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기도를 해 준 것이 계기가 돼 조계종 스님들과 함께 2003년부터 매년 달마배 대회를 열고 있다.
스님은 주위의 호기심 어린 눈길에 대해 “무유정법(無有正法)”이라고 한 마디 던졌다.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홍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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