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권 지음 / 개마고원 발행ㆍ334쪽ㆍ1만3,000원
사람들은 흔히 철학을 현실과 동떨어진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철학’이라는 학문과 삶의 행위로서의 ‘철학하기’는 별개가 아니라며 이에 대한 근거로 역사적으로 정치,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적 논의들을 언급한다.
철학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에 대한 질문과 ‘나는 타자와 어떤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한다. 저자는 두 질문에 바탕을 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현대까지 제기된 열 일곱 가지의 철학적 화두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철학에서 진리가 왜 중요해졌을까?’라는 질문에 소크라테스와 현대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함께 등장하고, ‘어떻게 진리는 권력과 결합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에 플라톤과 미셸 푸코를 맞세우는 식으로 한 사람의 철학사상에 함몰하지 않고 독자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예를 들면 플라톤은 인간의 타락이 국가라는 조직에 병폐를 끼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톤은 진리와 권력을 결합시키려고 시도하면서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지배자가 되거나, 강력한 통치자가 참된 철학을 배워야 국가의 부패, 불안정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 푸코는 권력은 진리를, 진리는 권력을 강화하고 서로 확대재생산하는 구조를 분석하면서 플라톤과 대척 지점에 선다. 저자는 이를 통해 진리와 권력 관계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선현들의 질문을 후대 철학자들이 발전시키고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밖에 ‘계몽이란 무엇인가’ ‘근대 국가주권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세계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며 서양철학사를 이해하는데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