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의 집단 탈당은 무엇보다 대선 대결 구도의 변화 단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6일 집단 탈당으로 우리당이 창당 3년 만에 분당(分黨)의 길로 접어듦으로써 앞으로 여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대선 구도가 복잡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당 분열로 일단 범여권 대선후보 선출 움직임이 여러 갈래로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여권의 모든 세력이 대통합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서로의 이해가 얽혀 끝내 재통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대선 구도가 양자 구도가 아닌 다자 구도로 진행된다. 이와 맞물려 한나라당 주요 대선주자가 분열할 경우에는 대선 구도가 한층 더 복잡하게 된다.
우선 여당 분열에도 불구하고 12월 대선은 양강 구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즉 일시적으로 여당이 분열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뭉쳐 대선에 임할 것이라는 뜻이다. 여권의 여러 세력이 하나의 당으로 대통합하거나 단일 후보를 내는 방식으로 힘을 모으게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단 탈당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범여권 내부에서는 우리당과 탈당 그룹은 물론 민주당과 시민사회세력까지 종국에는 ‘반(反) 한나라당 연대’ 깃발 아래 모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워낙 우세해 여권이 분열하면 힘 한번 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탈당파들도 이날 “통합신당 창당에 진력하겠다”며 대통합을 강조했다. 우리당에 남아 있는 정동영 전 의장도 “대통합이라는 바다에서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이 분화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도 엄존한다. 여권의 각 세력들이 대통합을 추진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헤어지기는 쉬워도 다시 합치기는 어려운 게 정치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분열해 2명 이상의 여권 대선후보가 나오게 될 경우 대선은 다자 구도가 된다. 이 경우에는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다 만약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진영마저 분열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4자 이상의 대결 구도가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양 진영 모두 본선 승리를 낙관하면서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결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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