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라고 하지만 자연과학 강연에서는 언제나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때로 좌석이 모자라 복도를 가득 메우기도 하고, 강연을 마친 교수들에게 사인을 받겠다고 줄을 길게 늘어서기도 해서 그 열기에 제가 깜짝 놀란 적도 있습니다.”
오세정(사진) 서울대 자연대학장은 자연대 기획실장을 맡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자연과학 공개강연을 준비하고 육성해 왔다. 공개강연을 준비할 때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에게 ‘대학이라는 곳에서 어떻게 자연의 법칙이 연구되고 규명되는가’를 보여주게 된다면 금상첨화라고 여겼다고 한다.
실제 올해에는 실시되지 않지만 과거 부대행사로 진행했던 실험실 방문 프로그램은 너무 인기가 좋아 신청을 받자마자 마감되곤 했다. 학생들은 천문대와 실험실을 둘러보고 강연을 들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워왔다.
“꼭 이공계에 진학하라고 이런 강연을 마련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연에서 인기 있는 분야와 입시 때 몰리는 학과가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구요. 그렇지만 어떤 진로를 택하든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자체가 중요합니다.”
94년 시작된 공개강연에는 매년 2,000명 안팎의 중·고생, 대학생, 과학교사, 일반인이 참여해왔다. 해마다 지방에서 참가를 원하는 학생들도 300명에 달해 서울대는 1박2일 강연을 무리 없이 들을 수 있도록 기숙사도 제공한다.
올해는 자매결연 지역인 경북 영덕군에 아예 버스까지 지원해 참가를 유도하고 편의를 제공한다. 오 학장은 “벽지의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계속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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