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고려대 교수의회가 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이 총장 논문을 표절로 판정하면서 사실상 사퇴를 요구하는 ‘초강수’를 뒀으나, 이 총장측은 “짜여진 각본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며 정면 대응 태세다. 재단측도 ‘이필상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더욱 꼬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1,300여명의 교수들로 구성된 교수의회는 이날 강경파를 중심으로 이 총장이 명백한 표절로 물의를 야기한 만큼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퇴만이 유일한 수습방안이라는 뜻이다. 한 교수는 “엄격한 도덕성와 윤리성을 요구받는 총장이 논문 표절에 휘말린 자체가 결격 사유”라며 “이 총장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 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총장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내자는 주장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이 총장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맞서고 있다. 총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측이 주관적인 잣대로 논문 표절을 들먹이면서 의도적으로 이 총장을 흔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보직교수는 “교수의회가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이 총장이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학자와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검증된 총장을 논문 표절로 옭아매려는 교수들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 재단측은 진상조사위원회의 논문 표절 판정과 강경파 교수들의 사퇴 요구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 총장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이 떠나고 재선거가 실시되면 학교 이미지가 크게 실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수들의 알력이 더욱 심화하는 등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이 총장 거취 문제를 거론한 적은 단 1차례도 없다”고 말해 재단이 ‘이 총장 사수’쪽으로 결론을 내렸음을 암시했다.
재단의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장이 총장 선거 투표에서 2등을 했지만 1등 후보를 제치고 총장이 된다는 것은 재단의 신임이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이라며 “혼란이 뻔한 일(해임)을 재단이 하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고려대 총장이 중간에 해임된 적은 1905년 개교 이래 한번도 없다.
동문회와 학내 구성원들은 이 총장 문제가 하루 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고려대 교우회 관계자는 “학교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시점에 총장 논문 표절 논란이 발목을 잡아서는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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