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이유 그룹 사건을 수사하면서 거짓 진술을 피고인에게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대검찰청은 서울동부지검에 대한 특별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대검 수뇌부가 이번 사건을 검찰 수사의 신뢰성은 물론 조직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는 대형 악재라고 보고 서둘러 진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9월22일 서울동부지검 B검사가 이재순 전 청와대 비서관을 제이유 로비의혹과 연관 지을 목적으로 전 제이유 상품구매담당 이사 김모씨에게 “(진술조서에) 거짓말을 하고 법원에 가서도 이대로 거짓말 해달라”고 강요했다는 녹취록이 5일 공개되면서 비롯됐다.
선우영 서울동부지검장은 6일 오후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 “수사 과정에서 담당검사의 부적절한 언행과 조사방식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장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국민 사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검은 앞서 특별감찰반을 구성, 담당 검사인 B검사 등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이날자로 B검사를 춘천지검으로 인사 조치해 수사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특별감찰반은 B검사가 수사한 사건 전부와 감독자들의 지휘 소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건 관련자인 강모씨가 대검찰청에 B검사와 B검사를 지휘하는 김모 부장검사에 대해 “무고한 사람을 기소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함에 따라 이 부분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은 이날 오전부터 대책 마련을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대검은 오전 “지휘 계통을 통해 진상이 파악되는 대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승관 대검차장 주재로 열린 긴급간부회의에 이어 정상명 총장 주재로 열린 오찬 회의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급변, 즉각적인 감찰 조사 착수 결정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일부 검사의 잘못이 검찰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뇌부가 전격적으로 감찰 조사를 결정한 데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위기 의식이 어느 때 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밀실 수사’를 거론하며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고 말한 데에 당시 정 총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반발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극약 처방이었지만 당시 대법원장의 발언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 4달 후에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또 검찰은 2002년 조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한 사건이나 98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사건처럼 이번 사건이 검찰에게 깊은 상처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 역시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동부지검은 오전까지는 “B검사의 평소 스타일 탓으로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이 아니다”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이춘성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은 반어적 표현”이라며 “바른 진술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 거짓 진술 강요 의혹으로 번져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대검이 감찰 조사 착수 결정을 내리자 결국 서울동부지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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