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모와 역할한계에 대한 참여정부의 인식이 안일하고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대흐름 및 세계적 조류와 역행하는 큰 정부'라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일하는 정부, 효율적 정부, 강한 정부'를 지향한다고 반박하지만, 재정 건전성이나 규제수준 등 구체적 잣대로 평가하면 위기상황이 도래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엊그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0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비율은 연평균 29.4%로, 1993~97년의 21.5%보다 7.9%포인트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40.5%로, 이전 시기의 41.9%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OECD 평균과 비교한 상대적 재정지출비율은 아직 괜찮다 해도 증가속도는 크게 걱정스럽다. GDP 대비 30%를 훌쩍 넘어선 국가채무 증가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각종 규제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지출-고규제 국가'로 빠져드는 추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 더 심각하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재정수입은 더디게 증가하는 반면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파탄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재 GDP 대비 30% 수준인 국가채무를 50%까지 늘린다 해도, 재정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고령화로 인한 지출증대요인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과 회견에서 "미래 지도자는 동반성장 균형발전 사회복지 사회적자본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비전만 있을 뿐, 비용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는 점이다. 정부는 새해 들어서도 취약계층과 소외지역 지원을 위한 조 단위의 사업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빈말이 되거나 나라살림을 거덜내지 않으려면 재정위기에 대한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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