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창춘(長春)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이 펼친 ‘백두산 세리머니’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 항의, 선수들의 행위가 한ㆍ중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일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이 전날 3,000m 계주 시상식에서 관중을 향해‘백두산은 우리 땅’이라고 쓰인 A4지 7장을 흔든 것에 대해 “중국의 영토 주권을 손상하는 정치적 문구를 펼친 사건”이라고 항의했다. 중국 측은 “중국과 한국 간에는 영토를 둘러싼 다툼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측 관계자들의 행위는 중국 인민의 감정을 해쳤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우리 대사관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창춘 동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도 1일 창춘국제공항에서 쇼트트랙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려던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에게 “현장에 있었으면서 왜 선수들의 돌출행동을 막지 않았느냐”고 따지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대회 조직위는 “한국 선수의 행동은 스포츠행사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금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을 위반했다”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 선수단의 민병찬 부단장 겸 총감독은 중국측 관계자에게 “선수들이 즉흥적으로 행동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표팀의 맏언니 김민정(22ㆍ경희대)은 이날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겨서 화가 나는데 중국까지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홍보하는 게 얄미웠다”고 말했다. 중국이 동계 아시안게임을 통해 창바이산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는데다 쇼트트랙에서 편파 판정까지 속출하자 선수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이번 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은 개막식 공연을 통해 ‘창바이산은 중국 산’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또 각국 취재진에게 창바이산 홍보 책자와 사진을 나눠주기에 바빴다. 중국이 ‘창바이산 공정’에 동계 아시안게임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외침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창춘(중국)=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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