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덕구(비례대표) 의원이 1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우리당 의원들의 연쇄 탈당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의원직 사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막론하고 처음이다. 정 의원은 조만간 우리당도 탈당하겠다고 밝혀 아예 정치권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날 배포한 사퇴의 변에서 “우리당의 경제 정책이 시장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막아보려고 노력했으나 무력감을 느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전의 자리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력하고자 한다”며 “정치적 색깔에서 벗어나 시장과 국민 여러분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민생 경제 문제 연구에 몰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야에 걸쳐 나의 견해와 방향을 당 지도부에 제시했으나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국회 바닥이라도 뒹굴며 막아내고 싶었지만, 체면 때문에 그러지 못했던 데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많은 의원들을 만나본 결과 다음 주 정도면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며 “망가져서 나가는 것보다는 지금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 비례대표 가운데 많지는 않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우리당에 대해 “정치ㆍ정책 프로세스가 낙후돼 민생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회가 불안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정치가 민생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당에서 벌어지는 상황 전개를 보면 이것이 국민에게 과연 무슨 이익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올해 경제의 최대의 적은 대선의 광풍에 국민 모두가 휘말리는 것”이라며 “정권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제자리에서 민생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차분하게 생업에 전념하도록 정치권이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경제통으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등원했다. 정 의원은 사퇴서가 수리되는 대로 우리당을 탈당하고, 대학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의원직은 우리당의 여성 조직인 우리여성리더십센터 신명(61) 소장이 승계한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